[사이언스 데일리] 놀랄만큼 자세한 트라이아스기의 기후 및 생태 연구를 통해 공룡들이 왜 적도 부근에서는 3000만년 간 우세한 지위를 차지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한다.
(2015년 6월 15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유타 대학

2억 1200만년 전 현재의 뉴멕시코 주 북부는 기후가 건조하고 뜨거웠으며 들불이 자주 일어났다. 배경에 보이는 육식공룡들과 같은 초기 공룡들은 작고 보기 힘들었던 반면 주둥이가 긴 피토사우루스류 (phytosaurs) 나 몸이 갑옷으로 덮여 있는 아이토사우루스류 (aetosaurs) 는 상당히 흔했다. Credit: Victor Leshyk
공룡이 처음 등장한 후 3천만년 동안 적도 근처에서는 이상하리만치 공룡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몇 작은 몸집을 지닌 육식 공룡들만 겨우 보일 뿐이었다. 저위도지방에서 커다란 초식공룡을 오랫동안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은 공룡이 부상하던 시기와 관련하여 답을 찾지 못한 큰 수수께끼 중 하나다.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트라이아스기 후기의 화석이 풍부한 뉴멕시코 주 고스트 랜치에서 놀랄만큼 자세한 2억년 전의 기후 및 생태 연구를 통해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한다.
새롭게 발견된 사실에 의하면 적도 부근의 기후는 가뭄과 강한 열기를 오가는 극단적인 기후였다고 한다. 건조한 시기에는 들불이 땅을 쓸고 지나갔고, 초식성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식생들은 그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했다.
“자료를 살펴보면 적도 부근은 살기 좋은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논문의 공저자이자 유타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 큐레이터, 유타 대학의 조교수인 랜달 이르미스의 말이다. “극단적인 기후가 오락가락해서 크고 온혈성인 초식공룡들은 적도 부근에 살 수 없었습니다. 먹이가 될 만한 식물들이 충분치 않았을 거에요.”
사우스햄튼 대학의 강사인 지구화학자 제시카 화이트사이드가 이끈 이번 연구는 공룡이 출현하던 시기의 기후와 생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 최초의 연구이다. 연구결과는 인류가 일으키고 있는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의 대기권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 농도의 네 배에서 여섯 배 정도다. “지금 추세로 계속 가면 트라이아스기 후기처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조건이 만들어질 것이고 저위도 지방의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르미스의 말이다.
연구에 참여한 저자들은 그 외에 소피 린드스트롬, 이언 글래스풀, 모건 셸러, 마리아 던래비, 스털링 네스빗, 네이선 스미스, 그리고 앨런 터너다. 이들의 논문은 오늘 (2015년 6월 15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렸다.
오래된 과거를 재구성하기
가장 오래된 공룡 화석은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것으로 2억3000만년 전의 것이다. 그로부터 1500만년 이내에 다양한 식성과 몸 크기를 지닌 수많은 종들이 진화했고 적도 지방이 아닌 곳에서 번성했다. 적도 부근에서 살았던 공룡들은 소형 육식공룡들 뿐이다. 이 패턴은 최초의 공룡이 나타난 후 3천만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저자들은 친리 층 (Chinle Formation) 의 암석에 집중했다. 이 암석은 2억500만년에서 2억1500만년 전, 고스트 랜치 (고생물학계 외부에서는 조지아 오키피가 살면서 그림을 그리던 장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역의 강과 하천에서 퇴적된 것이다. 다채로운 색의 친리 층 암석들은 애리조나 주의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의 페인티드 사막 (Painted Desert) 을 비롯해 콜로라도 고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북아메리카 및 지구상의 모든 대륙들이 하나로 모여 초대륙 판게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당시 고스트 랜치는 현재의 인도 남부와 비슷한 위도를 차지하며 적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연구자들은 오래된 과거를 재구성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자료를 분석했다. 화석, 고대의 들불이 일어난 후 남겨진 숯, 유기물에 함유된 방사성 동위원소, 그리고 고대 토양 안에서 만들어진 탄산염암 단괴 등. “각각의 데이타셋은 다른 데이타셋을 보완해주고, 이 데이타셋들을 모두 살펴보면 한 방향을 가리키게 됩니다.” 화이트사이드의 말이다. “이런 접근방법이 우리 연구의 큰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화석화된 뼈, 꽃가루와 양치식물의 포자 등은 퇴적물 층으로 구분되어 서로 다른 시기에 살던 동물 및 식물의 종류를 알려준다. 공룡 화석은 드문 편이라서 척추동물 화석의 15 퍼센트 미만을 차지한다. 공룡은 다양성과 개체수, 그리고 몸 크기 등에서 수도수키아(Pseudosuchia)류의 지배파충류에 미치지 못한다. 수도수키아류에서는 후에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 악어가 나타난다.
간간이 보이는 공룡은 대개 소형 육식성 수각류들이다. 목이 긴 대형공룡인 용각형류(sauropodmorph) 공룡 – 이 당시 고위도 지방에서는 이미 지배적인 초식동물이었다 – 들은 화석 기록을 살펴보면 고스트 랜치는 물론이고 트라이아스기 판게아의 저위도 지역에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해 서로 다른 종류의 꽃가루와 양치식물 포자의 양이 퇴적층에 따라 크게 변화한 기록이 남겨져 있다. 썩어가는 식물이 화석화된 것을 보면 기후 변화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유기물 내 탄소 안정동위원소 비율의 변화를 보면 가뭄이 길어졌을 때 식물의 생산성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가뭄과 화재
들불의 온도는 변화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변동이 심한 환경에서 탈 수 있는 식물성 물질이 시기에 따라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한 것과 일관된 결과로 연구자들은 보고있다. 연구팀은 또 퇴적층에서 발견된 숯 조각으로부터 들불의 강도를 추정했다.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숯 화석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을 측정하면 나무가 불탄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 당시 적도 부근의 기후는 강수량의 극단적인 감소로 식물들이 죽고, 그때문에 더 뜨거운 들불이 휩쓸고 지나가 더 많은 식물들이 죽으면서 토양에 손상을 입히고 침식이 증가하는 시기가 간간이 끼어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토양 탄산염암 및 보존된 유기물질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계산되었는데, 조사된 단면의 아래쪽에서는 1200 ppm 으로 시작해 위쪽에서는 2400ppm 까지 올라갔다. 기후 모델에서는 이 정도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일 경우 극단적인 날씨 변동이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므로 화석과 숯을 통해 수집한 증거와 잘 맞아들어간다.
극단적으로 건조했다가 극단적으로 뜨거워지는 기후가 계속되면서 공룡이 주를 이루는 생태계가 정착되는 것을 막았다. 이 당시 고위도 지역인 남아메리카, 유럽, 그리고 남아프리카 등은 건조도와 온도가 덜 극단적이었고 습도는 일정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화석 기록에서 공룡 위주의 생태계를 찾아볼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온혈성 대형 공룡은 생산성이 높고 안정된 환경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제한된 조건에서는 번성할 수 없었다.
“이 당시의 기후조건은 오늘날 미국의 건조한 서부지역과 비슷한 면이 있었을 겁니다. 습도가 높은 시기에는 시내와 강물 근처에는 나무와 키작은 식물들, 그리고 숲이 있었을 테지만요.” 화이트사이드의 말이다. “변동이 심하고 가혹한 기후, 그리고 들불이 자주 일어나는 조건에서는 몸집이 작고 이족보행을 하는 육식공룡, 즉 코엘로피시스 같은 것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문헌
Jessica H. Whiteside, Sofie Lindstrom, Randall B. Irmis, Ian J. Glasspool, Morgan F. Schaller, Maria Dunlavey, Sterling J. Nesbitt, Nathan D. Smith, and Alan H. Turner. Extreme ecosystem instability suppressed tropical dinosaur dominance for 30 million years. PNAS, 2015 DOI: 10.1073/pnas.150525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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