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대량멸종은 재해가 아니라 동물 때문에 일어났다

[사이언스 데일리] 지구 위에서 일어난 최초의 대량멸종 사건은 5억4000만년 전, 운석 충돌이나 초대형 화산폭발 등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사시대의 환경을 극적으로 바꾼 초기 동물의 등장에 의해 일어났다.

(2015년 9월 2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강력한 유비

정보출처: 밴더빌트대학

스와트펀트 농장 발굴지에서 발견된 에디아카라 화석. Credit: Sarah Tweedt / Smithsonian Institution

스와트펀트 농장 발굴지에서 발견된 에디아카라 화석. Credit: Sarah Tweedt / Smithsonian Institution

대중들의 머리 속에서 대량 멸종 사건은 거대한 운석이 충돌하거나 초대형 화산이 폭발하는 등의 재난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지구 위에서 일어난 최초의 대량 멸종 사건은 약 5억4000만 년 전에 있었는데, 이 대량 멸종 사건은 재해가 아닌, 더 미묘한 원인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진화 그 자체다.

“생물도 대량 멸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밴더빌트대학 지구환경과학과 조교수인 사이먼 대로크의 말이다. “세계 최초의 다세포 생물들이었던 에디아카라기 생물군집 여럿을 비교연구한 결과는 우리가 ‘생태계 엔지니어’ 라고 부르는, 자신들이 사는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복잡한 동물들의 출현이 에디아카라 생물군집의 소멸로 귀결되었다는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대량 멸종과 이를 대체한 생물 (Biotic replacement and mass extinction of the Ediacara biota)”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9월 2일자 ‘왕립학회지 B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에 출판되었다.

“지구 최초의 대량 멸종과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 사이에는 강력한 유비 관계가 있습니다.” 대로크의 진술이다. “에디아카라기 말에 일어난 멸종은 새로운 행동의 진화가 행성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인류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태계 엔지니어’ 중 가장 강력한 생물입니다.”

지구 최초의 생명은 미생물, 즉 다양한 종류의 단세포 미소유기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은 30억 년 이상 지구를 지배했다. 그리고는 이들 미생물 중 이부가 햇빛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냈다. 이들은 광합성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독성 부산물, 즉 산소를 만들어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진화한 대부분의 미생물들에게 산소는 독으로 작용했고, 결국 세계 최초의 오염원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낸 미생물들에게 산소는 강력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다. 무엇보다도 산소는 미생물들이 다세포 형태를 갖추는 데 필요한 추가 에너지를 제공해 주었다. 따라서 오랜 빙하기가 끝난 후 따뜻한 시기였던 약 6억년 전쯤, 에디아카라기 생물들이 생겨났다.

“에디아카라 생물들은 껍질이나 골격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모래나 재에 이들의 형태가 찍혀서 남은 흔적들로부터 왔습니다.” 대로크의 말이다.

에디아카라 생물들이 전성기에는 행성 전체에 퍼져 있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개 움직이지는 못하는 해양생물로 원판이나 관, 잎파리, 조각보로 만든 매트리스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은 극도로 수동적이며 생애 전체에 걸쳐 한 자리에 고착된 상태로 살았다. 많은 수의 에디아카라 생물들은 능동적으로 영양소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몸통 바깥쪽의 막을 통해 물에서 화학물질을 흡수하는 것으로 영양섭취를 했다.

고생물학자들은 “에디아카라의 정원” 이라는 말을 만들어내어 이 시기에 널리 볼 수 있었을 평화롭고 고요한 광경을 묘사했다. 하지만 겉보기에 잠잠한 모습 뒤에서는 많은 격랑이 진행되고 있었다.

6000만년이 지나자 진화를 통해 또 하나의 중요한 혁신이 나타났다. 모든 동물은 스스로, 그리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최소한 생애 중 어느 시점에서는 가지고 있으며 다른 유기체, 혹은 다른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물질을 먹음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고생물학자들이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부르는 약 2500만년에 걸친 급격한 다양성 증가 사건으로 동물들이 갑작스럽게 전면에 등장했으며 이때 척추동물, 연체동물, 절지동물, 환형동물, 해면동물과 해파리 등 대부분의 현생 동물 종류들이 나타났다.

“이들 새로운 종은 ‘생태계 엔지니어’ 였기 때문에 환경을 변화시켜 갈수록 에디아카라 생물들이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대로크의 말이다.

대로크와 동료들은 나미비아 남부의 언덕에 노출되어 있는 지층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에디아카라 생물군집에 대해 광범위한 고생태학 및 지화학적 분석을 수행했다. 이 발굴지는 스와트펀트 농장이라고 하는데, 5억4500만 년 전의 지층으로 이 시기는 에디아카라 생물이 생존했던 마지막 100-200만 년 동안이었다.

“이 지역의 종 다양성이 훨씬 낮은 데다가 이보다 1000만년에서 1500만년 더 오래된 비슷한 발굴지와 비교했을 때 생태학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대로크의 말이다. 이 시기의 암석에서는 또 초기의 복잡한 동물들이 만들어 놓은 구멍 및 이동 흔적이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복잡한 동물의 진화와 에디아카라 생물의 멸종이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스와트펀트 농장보다 더 오래된 발굴지들로는 5억7900만년에서 5억6500만년 전의 연대를 가지는 뉴펀들랜드의 미스테이큰 포인트, 5억5500만년에서 5억5000만년 전의 연대를 가지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의 닐페나, 그리고 역시 5억5500만년에서 5억5000만년 전의 연대를 가지는러시아의 백해 등이 있다.

대로크와 동료들은 자신들이 기록하고 있는 차이점들이 다른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철저한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이들은 스와트펀트 발굴지에 중요한 영양소가 결핍되었을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각 발굴지들 간의 지화학을 꼼꼼하게 비교했다.

고생물학의 기초적인 격언 중 하나는, 어느 발굴지에서 화석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더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통계적인 기법을 이용해 서로 다른 발굴지를 연구하는 데 들인 노력 간의 차이를 보정했다.

외부 요인을 모두 제거한 후 대로크와 동료들은 이렇게 결론내리고 있다. “이 연구는 진화적인 혁신, 생태계 엔지니어링, 그리고 생물학적 상호작용이 결과적으로 다세포생물 최초의 대량 멸종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최초의 정량적인 고생태학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참고문헌

Simon A. F. Darroch, Erik A. Sperling, Thomas H. Boag, Rachel A. Racicot, Sara J. Mason, Alex S. Morgan, Sarah Tweedt, Paul Myrow, David T. Johnston, Douglas H. Erwin, Marc Laflamme. Biotic replacement and mass extinction of the Ediacara biota. Proc. R. Soc. B, 2015 DOI: 10.1098/rspb.2015.1003



카테고리:번역, 고생물학, 기타무척추동물, 기타생물, 사이언스 데일리, 선캄브리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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