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시아의 비밀: 해저에 대롱 모양의 ‘집’ 을 만들었던 선사시대의 벌레

[사이언스 데일리] 대롱 모양의 화석으로 남겨진 ‘집’ 에 선사시대의 바다 밑바닥에 살던 원시적인 종류의 벌레가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로운 연구에서 밝혀졌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해저 퇴적층에 박혀있는 가느다란 굴뚝처럼 보이는 구멍 난 길다란 대롱 모양의 구조는 약 5억 년 전 이 대롱 안에서 고립된 생활을 했던, 오에시아(Oesia)라고 불리는 생물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2016년 7월 7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캠브리지 대학교 세인트존스 칼리지

마르가레티아 '관' 안에 남아있는 오에시아의 화석. Credit: Karma Nanglu

마르가레티아 ‘관’ 안에 남아있는 오에시아의 화석. Credit: Karma Nanglu

대롱 모양의 화석으로 남겨진 ‘집’ 에 선사시대의 바다 밑바닥에 살던 원시적인 종류의 벌레가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로운 연구에서 밝혀졌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해저 퇴적층에 박혀있는 가느다란 굴뚝처럼 보이는 구멍 난 길다란 대롱 모양의 구조는 약 5억 년 전 대롱 안에 고립된 생활을 했던, 오에시아(Oesia)라고 불리는 생물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캐나다와 영국의 학자들이 수행한 연구에서 원래 해초의 한 종류로 생각되던 화석 마르가레티아 (Margaretia) 를 재조사했다. 그 결과 이것이 고대의 벌레를 보호해주던 대롱 모양 구조의 잔해라는 것을 알아냈다.

논문은 학술지 BMC 생물학 (BMC Biology) 에 출판되었으며 캠브리지 대학, 토론토 대학, 몬트리올 대학, 그리고 토론토의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밝혀진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오에시아가 반삭류(hemichordates)라고 불리는 생물 그룹의 원시적인 종류임을 확인한 것이다. 반삭류는 더 큰 생물 그룹인 후구동물에 속하는데 (인간을 포함하는) 척추동물이 후구동물의 한 갈래다. 학자들은 이들 초기 생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어 결과적으로 바다에 사는 벌레에서부터 인간까지 모든 후구동물의 공통 조상었던 생물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지 밝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후구동물의 공통 조상이 아마도 “여과섭식생물”, 즉 물을 빨아들여 그 안의 영양소를 걸러먹는 생물이었으리라고 하는,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에시아 역시 이런 여과섭식생물의 일종으로 몸 전체에 아가미가 있어 영양소를 걸러먹은 후 물을 바깥으로 내보냈고, 대롱 모양 집의 벽에 있는 구멍 역시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용도였다.

연구의 주저자인 토론토 대학의 카르마 낭루의 말이다. “반삭류는 후구동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반삭류를 통해 후구동물 모두가 공유하는 마지막 공통조상의 해부학적 특징과 생활양식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공통조상이 오에시아와 같은 여과섭식생물이었다는 가설에 대한 추가 증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캠브리지 대학교 세인트존스 칼리지의 사이먼 콘웨이 모리스 교수의 말이다. “오에시아 화석은 아주 수수께끼같았습니다. 발견하기 매우 힘든 것이었고 지금까지는 어느 그룹에 속한 것인지를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이들이 원시적인 반삭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반삭류 중 가장 원시적인 종류일 겁니다.”

이번 연구는 파크스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해당하는 캐나다 정부 산하의 조직) 이 관리하는 캐나다 록키산맥 마블 캐년 (브리티시 콜럼비아의 쿠테네이 국립공원) 인근에서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었기에 가능했다.

“마블 캐년은 가장 최근에 발견된 버제스 셰일 화석 산출지 중 하나입니다. 버제스 셰일은 보존상태가 매우 좋은 화석이 발견되는 것으로 유명한 지층이지요”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무척추동물학 선임 큐레이터이자 토론토 대학 부교수인 공저자 진-버나드 카론 의 말이다. “오에시아는 더 오래된 버제스 셰일 화석지에서 100년도 넘게 알려져 있었습니다만 마블 캐년에서 발견된 표본들이 훨씬 풍부하고 보존이 잘 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 동물의 내부 구조에 대해 이전에 불가능했던 정도로 자세히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오에시아가 주둥이와 깃, 그리고 긴 몸통으로 이루어진 현생 장새류와 유사한 남자 성기 모양의 생물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공저자인 몬트리올 대학 부교수 크리스토퍼 B. 캐머론의 말이다. “장새류는 화석기록에서 아주 드문드문 발견됩니다. 겨우 몇몇 종의 화석만이 보고되었기 때문에 이 그룹에 속하면서 이렇게 오래된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일입니다.”

오에시아는 평균 53mm 의 길이로 너비는 10mm 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독특하게도 이 벌레는 여과섭식을 위해 몸 길이의 대부분에 U자 형태의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 아가미 구멍은 모든 후구동물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으로 보인다. 인간조차 배아 발생 초기 단계에서 목에 구멍을 가지고 있으며, 이 사실이 모든 후구동물들이 오래 전의 공통조상과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로 간주되고 있다.

마블 캐년의 화석 중 십수 개의 표본에서 오에시아의 유해가 마르가레티아 안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오에시아가 대롱 모양의 집 안에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920년대부터 마르가레티아는 일종의 해조류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마르가레티아는 이 시기의 다른 어떤 해조류와도 닮지 않은 형태였다. 오에시아와 함께 발견되면서 마르가레티아가 왜 그렇게 독특해 보였는지 설명이 가능해졌다. 마르가레티아는 해초가 아니라 안에 벌레가 살던 구멍 뚫린 대롱 모양의 구조였던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대롱 모양의 구조는 때로 길이가 50cm 가 넘고 보통 오에시아의 몸 너비 두 배 정도의 너비를 가지고 있어 내부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고 한다. 양쪽 끝은 막혀 있어 관 안의 생활은 외로운 삶이었을 것이다. “대롱 내부에서는 한 마리의 벌레만이 발견되었으니 이들은 아마도 고립된 생활을 했을 겁니다.” 낭루가 덧붙였다.

화석 기록을 살펴보면 장새류는 어떤 시점에서 전이를 거쳐 대롱을 버리고 해저 퇴적층 속의 삶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는 진화가 속도를 더해가고 더 많은 포식자들이 주변에 나타나자 해저를 파고 들어가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의 장새류는 분명 이런 생활양식을 받아들였다. 여과섭식을 하는 대신 퇴적물 속에 살며 그 안에 있는 영양소를 섭취한다.

“우울하긴 하지만 다윈적인 경쟁 이야기입니다.” 콘웨이 모리스의 설명이다. “경쟁과 포식이 증가하자 생명은 더 빨라지고 더 힘들어졌으며 동물들은 스스로를 더 잘 보호해야 했습니다. 그런 방법 중 하나는 대롱 속에서 여과섭식하는 방식을 버리고 퇴적물 속으로 파고 들어가 진흙을 먹는 것이었죠. 일단 이 방식을 선택한 장새류는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찾아냈고 완벽하리만치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문헌

Karma Nanglu, Jean-Bernard Caron, Simon Conway Morris, Christopher B. Cameron. Cambrian suspension-feeding tubicolous hemichordates. BMC Biology, 2016; 14 (1) DOI: 10.1186/s12915-016-0271-4



카테고리:번역, 고생대, 고생물학, 기타무척추동물,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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