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는 동물들의 공통조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밝혀준 할루키게니아의 고리 모양 이빨

[사이언스 데일리]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기괴하게 생긴 화석 동물 중 하나를 새롭게 분석하자 머리와 꼬리가 분명히 구분되었으며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이빨이 확인되었다. 이번 발견으로 허물을 벗는 동물들의 초기 발생과 관련된 의문들 중 일부가 풀릴 수 있을 전망이다.

(2015년 6월 24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캠브리지 대학

 

왼쪽: 버제스 셰일에서 발견된 할루키게니아 스파르사 (Hallucigenia sparsa). 표본번호 ROM 61513. 화석의 몸길이는 15mm. 오른쪽: 할루키게니아 스파르사의 복원도 Credit: Left: Jean-Bernard Caron; Right: Danielle Dufault

왼쪽: 버제스 셰일에서 발견된 할루키게니아 스파르사 (Hallucigenia sparsa). 표본번호 ROM 61513. 화석의 몸길이는 15mm. 오른쪽: 할루키게니아 스파르사의 복원도 Credit: Left: Jean-Bernard Caron; Right: Danielle Dufault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5억년 전의 생물 – 지렁이 같은 몸에 다리와 가시, 그리고 꼬리와 구분하기 힘든 머리를 가진 – 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이 동물의 머리와 꼬리가 최초로 구분되었으며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이빨, 그리고 한 쌍의 단순한 눈까지 발견되었다. 이 결과는 오늘자 (2015년 6월 24일) 네이처에 발표되었으며, 과학자들이 자그마한 링웜에서부터 커다란 바닷가재에 이르기까지 허물을 벗는 동물들의 공통조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 복원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캠브리지 대학과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그리고 토론토 대학의 연구자들은 특이한 외모 때문에 할루키게니아(Hallucigenia)로 알려진 이 동물이 목구멍 주위에 바늘같이 생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특징은 이전에는 발견된 적이 없는 것으로 할루키게니아와 현재의 우단벌레(velvet worm), 그리고 현생 곤충, 거미, 그리고 갑각류를 포함하는 절지동물 간의 관계를 알아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절지동물과 우단벌레 (유조류 Onychophora) 그리고 물곰 (water bear, tardigrades) 은 모두 허물을 벗는 동물 그룹인 탈피동물 (ecdysozoans) 에 속한다. 할루키게니아가 모든 탈피동물의 공통조상인 것은 아니고, 우단벌레의 선조 격이 된다. 할루키게니아의 입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알아낸 이번 발견으로 과학자들은 우단벌레가 원래 할루키게니아와 동일한 입 구조를 가지고 있다가 후대에 진화를 통해 이 구조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대한 그룹인 탈피동물의 초기 진화 역사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캠브리지 지구과학과의 박사후 연구원이자 논문의 주저자인 마틴 스미스 박사의 말이다.  “이 그룹에 속한 동물들이 한 무리라는 것은 탈피여부로 알 수 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물리적인 특징을 그리 많이 찾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탈피를 하는 동물들의 조상이 해부학적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등에는 가시가 있고 목구멍에는 단단한 판이 늘어서 있고 입에는 이빨이 고리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의 무척추고생물학 큐레이터이자 토론토 대학의 지구과학, 생태 및 진화생물학과 부교수인 진-버나드 카론 박사의 말이다. “이전에는 우단벌레나 그 조상들이 이빨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할루키게니아를 보면 우단벌레의 조상이 이빨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금 살아있는 우단벌레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빨을 잃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할루키게니아는 5억년 전, 빠른속도로 진화 발생이 일어났던 시기로 대부분의 주요 동물 그룹이 화석기록 상에 처음 나타난 캄브리아기 대폭발 기간 중에 살았던 많은 기이한 생물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할루키게니아는 처음 발견되었을 떄 고생물학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1970년대에 동정되었을 때 고생물학자들은 할루키게니아의 앞뒤를 바꾸고 위아래를 바꿔 복원했다. 등에 줄지어 나있는 가시를 처음에는 다리라고 해석했고 다리는 등에 나 있는 촉수라고 생각했으며, 머리를 꼬리라고 잘못 생각했다.

위아래와 앞뒤가 뒤바뀐 것을 바로잡고 나서도 할루키게니아는 여전히 상당히 기묘해 보였다. 등에는 긴 가시가 두 줄로 나 있었고, 일곱 쌍의 다리 끝에는 발톱이 있었으며 목을 따라서는 세 쌍의 촉수가 나있었다. 할루키게니아의 몸길이는 10~50mm 정도였으며 캄브리아기 바다의 해저에 살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외계에서 온 것 같은 할루키게니아의 겉모습 때문에 현생 동물 그룹과 연결시키기가 힘들어서 생명의 나무 어느 위치에 할루키게니아를 놓아야 할 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2014년에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가 할루키게니아 발톱의 구조를 살펴보고 현생 우단벌레와 확실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및 스미소니언 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는 화석들을 조사했고, 할루키게니아의 머리와 꼬리를 분명해 구분해 내는 것과 동시에 몇몇 놀라운 발견들을 해냈다.

“이번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이 동물의 어느쪽이 머리고 어느쪽이 꼬리인지가 여전히 어느 정도 불확실했습니다.” 스미스의 말이다. “초기에는 커다란 풍선같은 것이 달려있는 쪽이 머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은 이 풍선같은 부분은 실제로는 몸의 일부분이 아니라 몸이 썩으면서 흘러나온 흔적이거나 사체가 납작하게 눌려 퇴적물에 묻히면서 장의 내용물이 빠져나온 것이었습니다.”

이쪽이 꼬리라는 것을 밝힌 후 카론은 화석을 다시 살펴보면서 머리를 덮고 있던 퇴적물을 파내기 시작했다. 할루키게니아는 진흙사태에 묻혀서 죽었으며 머리는 축 처진 채 진흙 속에서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할루키게니아의 머리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카론의 말이다. “전자현미경으로 화석을 살펴보면서 처음에는 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는데, 놀랍게도 이빨이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이미지에서는 길쭉한 머리와 두 개의 단순한 눈, 그리고 그 밑에 위치한 입과 입 속에 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이빨을 볼 수 있었다. 할루키게니아의 목구멍에는 바늘처럼 생긴 이빨이 늘어서 있었다. 이 화석은 캐나다 서부 요호 국립공원의 버제스 셰일에서 발견된 것으로 버제스 셰일은 캄브리아기의 화석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게 발견되는 곳이다.

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이빨은 할루키게니아의 입을 둘러싸고 있으며 밸브나 플런저처럼 안팎으로 움직일 수 있어 아마도 먹이를 목구멍 안으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목구멍에 있는 이빨이 아마도 깔쭉톱니바퀴처럼 작용해 먹이가 입 바깥으로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면서 조금씩 안으로 넘길 수 있도록 해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빨은 많은 수의 초기 탈피동물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목구멍에 이빨이 늘어서 있는 것이 이들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유래한 특징이라는 것을 시사하지요.” 카론의 말이다. “따라서 이전에는 절지동물의 입과 자지벌레 (penis worm)의 입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는데 할루키게니아를 보면 절지동물과 우단벌레의 조상이 입을 둘러싼 판을 가지고 있었고 목구멍 안 쪽에 이빨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나중에 이런 구조들이 없어지거나 단순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화석들은 1992년에서 2000년 사이에 수집된 165개 이상의 할루키게니아로, 보기 힘든 여러 자세로 화석화된 표본들과 예외적으로 잘 보존된 표본들이 포함되어 있다.

버제스 셰일 화석지가 있는 요호 및 쿠테네이 국립공원을 관할하는 파크스 캐나다 (Parks Canada) 는 이번 발견에 열광하고 있으며 항상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주는 버제스 셰일에 대한 내용을 방문객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클레어 칼리지, 캠브리지, 캐나다 과학 및 공학 연구위원회, 그리고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의 재정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참고문헌

Martin R. Smith, Jean-Bernard Caron. Hallucigenia’s head and the pharyngeal armature of early ecdysozoans. Nature, 2015; DOI: 10.1038/nature14573



카테고리:번역, 고생대, 고생물학, 기타무척추동물,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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