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데일리] ‘이타적’인 일꾼 카스트 개미가 진화적으로 없어진 것이 유전자의 상실과 함께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국제 연구팀이 발견했다. 새로운 연구 결과는 많은 특성들이 기존에 존재하는 유전자와 네트워크의 조절 과정에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늘어나고 있는 문헌 목록에 하나를 더 보탰다. 표현형이 새로 나타나거나 없어지는 것은 유기체의 내부, 혹은 외부의 환경이 변화함으로써 촉발될 수 있는데, 이 때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유전자들이 사용되는 방식, 그리고 사용되는 시기의 변화만으로 가능하다.
(2015년 8월 11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개미의 경우에는 진화생물학이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정보출처: 얼햄 칼리지

수확개미 (rough harvester ant, Pogonomyrmex rugosus)의 일개미들. 사회적 기생충에 의해 이용되는 숙주 종의 하나로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체 서열분석이 이루어어진 종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Credit: Chris R. Smith, used with permission
‘이타적’인 일꾼 카스트 개미가 진화적으로 없어진 것이 유전자의 상실과 함께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국제 연구팀이 발견했다.
개미와 같은 사회적 곤충들의 특징은 많은 경우 암컷들 내에 두 개의 카스트, 즉 일개미와 여왕개미가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일개미와 여왕개미가 각기 서로 다른 종류의 유전자들을 발현시킨다는 것이 알려져 과학자들은 일개미에게만 발현되는 “이타적”인 유전자가 있어서 사회성을 촉진한다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새로운 유전자” 가설을 검증하는 것은 모든 개미가 사회적이라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개미가 일개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개미들은 “일개미가 없는 사회적 기생충” 으로 여왕개미는 다른 종의 집에 쳐들어가 그 안에서 방을 차림으로써 숙주 종의 일개미들을 이용한다. 저자들은 일개미를 가지지 않는 이들 종의 생물학적 특징을 이용해 일개미 유전자가 정말 존재하는지를 알아보았다.
크리스 R. 스미스 (얼햄 칼리지) 와 알렉산더 (사샤) 미케예브 (오키나와 과학기술원) 가 이끈 연구팀은 여섯 종 (숙주 종 셋, 사회적 기생 종 셋) 의 개미로부터 유전체 서열을 얻어내 비교하면서 일개미에서 주로 과다 발현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개미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으면 퇴화되는 유전자가 있는지 증거를 찾아보았다. 이들은 “일개미” 유전자가 퇴화되는 것을 발견하는 대신 “일개미” 유전자라는 것이 없으며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체의 대다수는 일개미를 만들지 않게 된 지 1백만년이나 된 종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의 연구는 학술지 ‘분자 생물학 및 진화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의 온라인판에 발행되었다.
“아주 깜짝 놀랄 일입니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그 반대였거든요. 어떤 특성을 잃게 되면 그 특성에 관련된 유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스미스의 말이다. “이번 결과는 두 가지 흥미로운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분명한 ‘일개미’ 유전자, 즉 진정으로 ‘이타적’ 이라고 할만한 유전자는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몸체 계획 전체의 상실이 유전자의 상실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결과는 어떤 유기체의 유전체라도 현재 더 이상 선택압에 놓여 있지 않는 (1백만년 동안 선택압이 작용하지 않은) 과거의 표현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저 고대 인류의 특성 중 어떤 것이 우리 유전체 안에 계속 숨어 있으면서 다른 환경적 맥락에서 표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붉은 수확개미 (Pogonomyrmex barbatus) 의 발달 단계 전체를 살펴보면서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유전자가 여왕개미에서도, 일개미에서도 발현되지만 발달 중 서로 다른 단계에서 발현된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특별히 “일개미” 이나 “여왕개미” 만의 유전자가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서 일개미 쪽에 더 편향되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더 이상 일개미를 만들어내지 않는 종 (사회적 기생종) 에서 더 퇴화되어 없어지기 쉬운지를 살펴보았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두 개의 숙주 종,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기생종인 두 종의 유전체 서열을 얻어냈다. 답은 아니오였다.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체 전체가 선택압을 받는 상태로 숙주 종 및 일개미가 없는 사회적 기생종 모두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을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볼렌호비아 (Vollenhovia) 속의 진화적으로 서로 독립적인 또 다른 숙주-기생종 쌍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알아낸 후 그 결과에 깜짝 놀랐다. 결과가 또 똑같았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놀란 후, 일개미가 있는 종과 없는 종이 갈라진 것이 70만년에서 100만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도 유전자가 퇴화되어 없어지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 보았다. 모델에 따르면 실제로 유전자 상실이 일어나리라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실제 이들의 표본에서는 유전자 상실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분명하지 않았다.
“사회적 기생은 사회성 곤충들 사이에 비교적 널리 퍼져 있습니다. 우리 연구 결과가 왜 그런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변화는 유전자 조절에 대한 것이고 복잡한 유전체 수준에서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케예브의 말이다.
이번 새로운 연구 결과는 많은 특성들(그리고 전체 몸체 계획)이 기존에 존재하는 유전자와 네트워크의 조절 과정에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늘어나고 있는 문헌 목록에 하나를 더 보탰다. 표현형이 새로 나타나거나 없어지는 것은 유기체의 내부, 혹은 외부의 환경이 변화함으로써 촉발될 수 있는데, 이 때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유전자들이 사용되는 방식, 그리고 사용되는 시기의 변화만으로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다양성을 관장하는 프로세스들 전반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독특한 자연사를 가지는 유기체를 연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일리노이 대학의 앤드류 수아레즈의 말이다.
이번 연구가 사회성의 기원과는 멀리 떨어진 종에 대한 것이었지만 사회성 역시 사회적 삶 및 분업에 관여하는 새로운 이타적 유전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 생활을 하는 조상 종으로부터 유전자 조절 과정의 변화만을 통해 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Chris R. Smith, Sara Helms Cahan, Carsten Kemena, Sean G. Brady, Wei Yang, Erich Bornberg-Bauer, Ti Eriksson, Juergen Gadau, Martin Helmkampf, Dietrich Gotzek, Misato Okamoto Miyakawa, Andrew V. Suarez, Alexander Mikheyev. How do genomes create novel phenotypes? Insights from the loss of the worker caste in ant social parasites..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2015; msv165 DOI: 10.1093/molbev/msv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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