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데일리] 중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독특한 명문(inscription) 과 동굴 형성과정에 대한 화학적 분석을 종합하자 지난 5세기 동안 가뭄이 지역 인구집단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었으며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2015년 8월 13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캠브리지 대학
다유 동굴에서 발견된 1891년의 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나라 광서제 17년 5월 24일 (공통시대 1891년 6월 30일), 시장인 훼이종 주가 200 명 이상의 사람을 이끌고 물을 구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왔다. 전롱 란이라는 점장이가 의식이 진행되는 도중 비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Credit: L. Tan
캠브리지 대학의 과학자들을 포함하는 국제 연구팀이 중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독특한 명문(inscription) 에 지난 500년 동안 가뭄이 지역 인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기록되어 있었다.
명문에 쓰여 있는 정보와 동굴의 석순에 대한 자세한 화학 분석을 종합하자 오랜 시간에 걸쳐 가뭄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동굴 한 곳에서 역사적인 기록과 지질학적인 기록이 같이 남아 있어 현장에서 비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s)’ 에 실렸으며 가까운 미래에 이 지역에 강우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지적하고 가뭄이 더 자주 찾아오는 상황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 명문은 중국 중앙부 친링 산맥의 다유 동굴벽에서 발견되었으며 1520년에서 1920년 사이에 있었던 일곱 번의 가뭄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기술하고 있다. 동굴이 위치한 지역의 기후는 여름철의 몬순이 특징이며, 연간 강우량의 70% 정도가 몇 달 사이에 내려서 몬순이 늦거나 일찍 오는 것, 너무 짧거나 너무 긴 것 등이 모두 지역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뭄은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영향 (농사의 어려움) 외에 문화의 쇠퇴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충분한 물을 얻지 못하면 어려운 시기가 반드시 찾아오고 갈등이 생깁니다.” 논문의 공저자인 캠브리지 대학 지구과학과의 세바스찬 브레이텐바흐 박사의 말이다. “지난 10여년 간 동굴과 호수 등에서 발견된 기록은 지난 1800년간 몇몇 중국 왕조들, 예를 들면 당나라, 원나라, 그리고 명나라의 쇠퇴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유 동굴의 명문에 따르면 이곳 사람들은 가뭄이 왔을 때 물을 구하고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동굴로 오곤 했다. 1891년의 명문에는 “청나라 광서제 17년 5월 24일 (공통시대 1891년 6월 30일), 시장인 훼이종 주가 200 명 이상의 사람을 이끌고 물을 구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왔다. 전롱 란이라는 점장이가 의식이 진행되는 도중 비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고 쓰여 있었다.
1528년의 명문에는 “명나라 가정제 7년 가뭄이 들었다. 귀 장과 시샨 장이 다안시로 와서 다유 동굴 안에 있는 용 호수 (Dragon Lake) 에 감사를 표했다.”
명문은 사무적인 문체로 쓰여 있었지만 1890년의 가뭄은 심각한 기아를 유발했고 이로 인해 지역 사회가 불안정해져서 결국 1900년에는 정부와 시민들 사이에 격렬한 갈등이 있었다. 1528년의 가뭄 역시 넓은 지역에 기아를 가져왔고 심지어 식인이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사람의 흔적, 도구나 그릇 등이 동굴에서 발견되는 예는 많이 있습니다만 날짜까지 기록된 명문을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논문의 주저자이자 시안에 위치한 중국과학원의 지구환경연구소에 근무하는 량청 탄 박사의 말이다. “동굴의 물리적인 형성과정에서 발견된 증거들과 조합하면 이 명문은 기후와 동굴의 지화학 기록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뭄이 주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연구자들은 동굴의 지층 단면, 즉 스펠레오뎀을 잘라내 그 안에 있는 안정동위원소와 미량원소를 분석했다. 이들은 특정 원소들의 함량이 가뭄이 있던 시기와 강한 연관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것을 다시 동굴의 화학적 프로필과 벽에 쓰인 글과 교차하여 검증할 수 있었다.
석순과 같은 스펠레오뎀의 단면을 잘라서 보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매년 층을 이루어 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질량분석기를 이용하여 연구자들은 산소와 탄소의 안정 동위원소, 그리고 우라늄과 기타 원소들의 비율을 분석하고 연대를 측정했다. 동굴에 스며들어오는 물이 지표면의 물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후, 습도, 그리고 주위의 식생 등이 모두 이런 원소들에 영향을 끼친다. 연구자들은 특히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 비율이 높을 수록 강수량이 낮았던 시기와 일치하며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가지고 1982년부터 시작하는 이 지역의 미래 강수량에 대한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1990년대에 있었던 가뭄과 잘 연관되었으며, 2030년대 후반에 또 한 번의 가뭄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관찰된 가뭄은 엘니뇨-남방진동 순환주기와 잘 맞아들어간다.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 기후변화가
엘니뇨-남방진동을 더 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향후 더 심한 가뭄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친링 산맥이 두개의 대형 수로건설계획에서 물을 제공하는 지역이기도 하고, 유명한 판다를 비롯해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이 지역이 강수량의 감소 내지 가뭄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브레이텐바흐의 말이다. “동굴에 이 명문이 새겨졌을 때와는 세상이 달라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사건들에 취약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요.”
참고문헌
Liangcheng Tan, Yanjun Cai, Zhisheng An, Hai Cheng, Chuan-Chou Shen, Sebastian F. M. Breitenbach, Yongli Gao, R. Lawrence Edwards, Haiwei Zhang, Yajuan Du. A Chinese cave links climate change, social impacts, and human adaptation over the last 500 years. Scientific Reports, 2015; 5: 12284 DOI: 10.1038/srep12284
http://dx.doi.org/10.1038/srep1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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