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을 통해 340만년 된 뼈에 난 자국이 밟힌 자국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다

[사이언스 데일리] 철저한 통계분석에 의하면 에티오피아의 디키카 유적지에서 발견된 340만년 전의 동물 뼈 두 개에서 볼 수 있는 자국은 밟혀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인류 조상들의 도구 제작 및 육식의 기원에 대해 탐구 중인 연구자들이 야외조사와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이 개발되었다.

(2015년 8월 13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분석 결과는 이전의 결론, 즉 이 자국이 석기로 동물을 도살한 흔적이라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보출처: 에모리 의대

논쟁의 대상이 된 두 개의 뼈 중 하나인 화석화된 갈비뼈의 자국에 대한 디테일. “현재 접근가능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추론해 볼 때 이 자국과 가장 잘 맞아들어가는 것은 석기로 동물을 도살할 때 생긴 자국이라는 것입니다.” 에모리 대학의 인류학자인 제시카 톰슨의 말이다. Credit: Photo by Zeresenay Alemseged.

논쟁의 대상이 된 두 개의 뼈 중 하나인 화석화된 갈비뼈의 자국에 대한 디테일. “현재 접근가능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추론해 볼 때 이 자국과 가장 잘 맞아들어가는 것은 석기로 동물을 도살할 때 생긴 자국이라는 것입니다.” 에모리 대학의 인류학자인 제시카 톰슨의 말이다. Credit: Photo by Zeresenay Alemseged.

철저한 통계분석에 의하면 에티오피아의 디키카 유적지에서 발견된 340만년 전의 동물 뼈 두 개에서 볼 수 있는 자국은 밟혀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학술지 ‘저널 오브 휴먼 이볼루션 (The Journal of Human Evolution)’ 에 실린 이번 연구를 통해 인류 조상들의 도구 제작 및 육식의 기원에 대해 탐구 중인 연구자들이 야외조사와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이 개발되었다.

“우리 분석에 따르면 이 뼈들에서 볼 수 있는 자국은 확실히 밟혀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에모리 대학 인류학과의 조교수로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제시카 톰슨의 말이다. “현재 접근가능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추론해 볼 때 이 자국과 가장 잘 맞아들어가는 것은 석기로 동물을 도살할 때 생긴 자국이라는 것입니다.”

두 개의 표본 – 중간 크기의 산양 정도로 보이는 동물의 넙다리뼈, 그리고 들소와 비슷한 동물의 갈비뼈 – 에서 볼 수 있는 12 개의 자국은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때린 자국과 가장 비슷하게 닮았다고 톰슨 교수는 말한다. “이 뼈를 아주 강한 힘으로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논문은 두 뼈에 가해진 타격이 석기를 이용해 도살할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흔적이라는, 2010년 네이처에 출판된 원래의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이 해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는데, 석기를 사용했다는 증거의 연대 뿐 아니라 대형 동물을 잡아 도살한 시기도 80만년이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대한 반박이 2011 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렸다. 이 논문은 뼈에서 볼 수 있는 자국이 날카로운 퇴적물들 사이에 섞여 우연히 밟히면서 생긴 자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이 발견의 중요성과 뼈의 자국이 밟혀서 생긴 것인지에 대해 일련의 논쟁이 이어졌다.

이번 논문에서 톰슨과 공저자들은 같은 지역에 퇴적된 4000 개 이상의 다른 뼈들의 표면을 조사했다. 그리고 통계적인 방법을 통해 뼈에서 발견한 450 개 이상의 자국을 비교하여 실험적으로 밟혀서 생긴 자국들과 논쟁거리가 된 두 개의 뼈 표본에 있는 자국을 비교했다.

“이 자국을 만들어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톰슨의 말이다. “인류 진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우리가 언제 고기를 먹기 시작했는가입니다. 고기를 먹었다는 것이 우리가 큰 뇌를 진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라는 그럴 듯한 설명으로 간주되기 때문이지요.”

알려진 증거에 따르면 우리가 포함된 사람 속은 280만년 전에 등장했다. 최근까지 가장 오래된 석기는 260만년 전의 것이었다. 인간 계통에서 뇌의 조직에는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이 시기 이후에는 전반적인 뇌의 크기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뇌의 크기 증가는 주로 고품질의 식습관 덕분이라고 간주된다.

다른 영장류들도 간혹 자신들보다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고 먹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신보다 크고 넙다리뼈의 골수에 지방을 풍부하게 저장하고 있는 동물들은 사냥하지 않는다. 고인류학의 지배적인 가설은 풍부한 동물성 단백질과 골수의 지방을 섭취하여 커져가는 인간의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디키카 유적지의 동물 뼈들은 사람 속보다 훨씬 이전의 것임이 분명한 연대측정 결과를 보여준다. 이들 뼈는 디키카에서 발굴된 330만년 된 화석 사람아과 종,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Australopithecus afarensis) 보다 조금 더 오래된 퇴적층에서 발견되었다.

톰슨은 동물이 죽은 후 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분야의 전문가다. “화석 뼈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뼈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겁니다.” 톰슨의 말이다.

동물, 곤충, 균류, 그리고 나무뿌리 등 전체 생태계가 뼈에 변화를 일으킨다. 뼈가 빨리 묻혔는가? 아니면 태양에 한동안 노출되어 있었는가? 설치류가 쏠거나 악어가 씹은 적이 있는가? 모래나 돌이 많은 땅 위에서 밟혔는가? 혹은 어떤 종류의 도구로 의도적으로 잘리고 맞고 긁힌 적이 있는가?

실험고고학자들이 화석 뼈에 난 자국들을 해석하는 방법 중 하나는 현생동물의 뼈를 가지고 실험해 보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망치처럼 생긴 돌로 뼈를 때리기도 하고 육식동물에게 먹여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땅 위에서 뼈를 밟아보기도 한 후 그 결과를 연구한다.

이런 실험으로부터 얻은 지식에 기반해 톰슨은 뼈의 유래나 연대를 알려주지 않은 맹검시험에서 디키카에서 발견된 두 개의 뼈에 생긴 자국이 도살에 의한 것이라고 감정한 세 명의 전문가들 중 하나였다.

PNAS 에 실린 반박 논문 역시 실험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뼈의 자국이 전형적으로 밟혀서 생긴 자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톰슨은 수수께기를 풀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석 표본으로부터 자료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논문에서는 디키카의 하다르 층에서 수집된 사람의 것이 아닌 모든 화석들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논쟁거리가 된 표본과 동일한 곳에서 수집된 화석 표본들은 물론 가까이에서 발견된 표본들도 모두 조사대상으로 삼아 그 중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했다. 이들은 화석 뼈에 있는 자국들의 크기와 모양을 측정했다. 그리고 화석 뼈에 난 자국들의 특성을 PNAS 에 실린 반박논문에 실린, 실험으로 만들어진 밟힌 자국과 통계적으로 비교했다. 또 발굴지 모래 입자들의 모난 정도를 조사하여 모래알이 비교적 둥글다는 – 밟힌 뼈에 난 것과 같은 긴 자국을 만들만큼 모난 입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무작위로 추출한 화석 표본들이 전반적인 맥락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톰슨의 말이다. “뼈 두 개에 있는 문제의 자국들은 이 부근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다른 자국들과 전혀 다른 형태였습니다. 문제의 자국들은 더 컸고 특성 역시 달랐습니다.”

밟힌 자국은 얕고 구불구불하거나 휘어 있었다. 도구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잘라낸 자국은 더 똑바르고 좁은 V 자 형태의 홈을, 이빨은 U 자 형태의 홈을 만들어 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현생 동물의 뼈에 생긴 비슷한 자국들을 측정하고 수치화하여 화석 뼈에 생긴 자국들과 비교하였다.

“우리 분석에 따르면 두 개의 뼈에 생긴 자국들이 밟혀서 생긴 자국이 아니라는 것은 통계적으로 분명합니다.” 톰슨의 말이다. “같은 장소에서 발견된 다른 뼈들의 자국이 밟혀서 생긴 것이라는 증거는 많이 있지만 이 두 개의 뼈는 예외입니다. 이 두 개의 뼈에 있는 자국들은 살을 발라낼 때 생기는 자국과 훨씬 비슷합니다.”

한 가지 가설은 도구를 가지고 대형 동물을 도살하는 일이 이 시기에 일어났지만 아주 보기 드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더 많은 증거들이 분명히 있지만 이렇게 이른 시기에 그런 행동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아무도 그런 증거를 찾을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키카 표본들은 고인류학의 전환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톰슨은 말한다. “우리 조상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고기를 먹기 시작해서 그에 해당하는 생태적 지위로 옮겨갔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야외 조사를 할 때 무엇을 찾을 것인지 머리 속에 그리는 그림을 더 정교하게 하고 새로운 복원 및 분석 방법론을 적용해야 합니다. 다른 연구자들도 우리 연구를 이용해서 야외에서 체계적으로 다른 유적지의 표본을 수집하고 비교하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디키카 유적지 외에 다른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들 역시 사람아과 진화과정에서 언제 전형적인 인류의 행동이 출현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정설로 인정되어 왔던 관점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번 해에 고고학자 소냐 하만드가 이끈 연구팀이 케냐에서 330만년 정도 된 것이 분명한 석기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이전 기록보다 70만년이나 더 오래된 것이다.

“단순한 석기는 인간 외에 다른 동물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톰슨의 말이다. “하지만 복잡한 도구를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마 인간이 유일할 겁니다.”

참고문헌

Jessica C. Thompson, Shannon P. McPherron, Rene Bobe, Denne Reed, W. Andrew Barr, Jonathan G. Wynn, Curtis W. Marean, Denis Geraads, Zeresenay Alemseged. Taphonomy of fossils from the hominin-bearing deposits at Dikika, Ethiopia. Journal of Human Evolution, 2015; DOI: 10.1016/j.jhevol.2015.06.013



카테고리:번역, 사이언스 데일리, 신생대, 인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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