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tlantic] 많은 동물들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갑옷을 만들어냈다. 껍질, 비늘, 골판, 그리고 프릴 등이 연조직으로 된 몸을 보호한다. 딱지조개라고 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양동물 그룹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것과도 다른 갑옷을 진화시켰다.
그 많은 눈으로 뭘 보는 걸까?
(2015년 11월 20일 The Atlantic 기사 번역)
에드 용
많은 동물들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갑옷을 만들어냈다. 껍질, 비늘, 골판, 그리고 프릴 등이 연조직으로 된 몸을 보호한다. 딱지조개라고 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양동물 그룹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것과도 다른 갑옷을 진화시켰다.
갑옷에 눈이 달려있는 것이다. 수백 개의 눈이.
돌로 만들어진 렌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물이 나이가 들면 렌즈가 닳게 되고 계속해서 새로운 렌즈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
딱지조개는 연체동물로 달팽이, 조개, 그리고 문어 등과 친척이다. 이들의 몸은 타원형이며 단단한 껍질은 겹쳐져 있는 판 여덟 개로 구성되어 있어서 치마를 입은 쥐며느리, 혹은 클링곤 인의 이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딱지조개 중 많은 종들에서 이 판들에는 하나의 지름이 0.1 밀리미터도 안 되는 수백 개의 작은 구슬이 점점이 박혀 있다. 이 구슬들은 이들의 눈이다. 각 눈에는 렌즈 하나, 빛에 민감한 망막, 그리고 검은 색소층이 들어있다.
과학자들은 19세기부터 이 눈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누구도 딱지조개가 눈을 이용해 실제로 사물을 볼 수 있다거나 그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알지 못했다. 몇 년 전 우연에 가까운 일로 인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 바바라의 대학원생이었던 대니얼 스파이저는 서인도 털딱지조개의 눈에 붙은 렌즈를 해부하고 이것을 세척하기 위해 산이 들어있는 용기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렌즈는 깨끗해지지 않았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스파이저는 곧 그 이유를 알아냈다. 산이 들어있는 용기 안에서도 견딜 수 있는 유기 단백질로 만들어진 다른 거의 모든 동물들의 렌즈와 달리 딱지조개의 렌즈는 아라고나이트라고 불리는 광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아라고나이트는 탄산칼슘, 혹은 석회암의 한 형태로 산 속에서 쉽게 녹는다. 이 동물들은 돌로 만들어진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확실히 빛을 감지할 수 있다. 스파이저가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는 딱지조개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자 딱지조개는 몸을 낮추고 어디에 자리잡고 있든 갑옷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스파이저는 또 계산을 통해 딱지조개의 눈이 사람의 눈보다 1천배나 나쁜 해상도이긴 하지만 상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하지만 왜 이런 눈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을까? 곤충의 겹눈처럼 눈 하나하나가 말하자면 화소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딱지조개는 모든 눈으로부터 얻은 화상을 조합해 세계를 하나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스파이저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대학원생인 링 리와 매튜 코너스와 팀을 이뤘다. 이들은 털딱지조개의 눈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아주 강력한 X-레이 스캐너 안에 집어넣었다.
연구팀은 렌즈의 아라고나이트 결정알갱이가 딱지조개 갑옷의 다른 부분들보다 훨씬 크고 잘 정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빛이 서로 다른 결정알갱이들의 경계면을 통과할 때마다 산란이 일어난다. 이런 경계면을 최소화 함으로써 딱지조개의 렌즈가 빛을 모으는 성능은 더 좋아진다.
“까놓고 말하자면,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 동물 치고는 꽤나 훌륭한 영상을 만들어 냅니다.”
리와 코너스는 딱지조개가 정말 스파이저의 계산대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딱지조개의 렌즈를 통해 물체의 영상을 투사해 보았다. 정말로 영상이 맺혔다. 흐릿하고 아주 거친 영상이었지만 그래도 영상인 것은 분명했다. 예를 들어 각각의 눈은 20센티미터 크기의 물고기를 몇 미터 밖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렌즈가 그렇게 작지 않았다면 더 놓은 해상도를 보여주었을 것이다. 각 렌즈 밑에 넣을 수 있는 광수용체 세포의 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영상의 화소 수가 제한된다. 그렇다면 딱지조개가 우리나 파리, 문어, 혹은 독수리나 깡충거미처럼 고해상도의 눈을 몇 개 가지고 있는 대신 저해상도의 작은 눈들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에 대한 답이 눈의 위치에 있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 확실하게 머리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딱지조개의 갑옷에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눈을 통해 딱지조개는 위협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방어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었다. 각 눈에는 렌즈 밑에 서양배 모양의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에는 연한 감각조직이 있어 딱지조개 갑옷의 취약점이 된다. 더 많은 빛을 통과시키기 위해 단결정으로 만들어진 렌즈 역시 특별한 약점이 된다. 리와 코너스는 판의 다른 부분에 간신히 흠집을 낼 수 있는 정도의 힘에도 렌즈가 붕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일 이 눈이 더 컸다면 딱지조개의 껍질은 심지어 더 약해졌을 것이다. 리의 생각으로는 눈의 작은 크기가 하나의 갑옷에 존재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기능 — 시각과 방어 — 사이의 타협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눈이 왜 그렇게 작은지가 설명된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눈이?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렌즈가 아라고나이트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리의 눈과 달리 딱지조개의 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마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마치 상어가 계속해서 새로운 이빨을 내는 것처럼 딱지조개가 렌즈를 계속해서 교체하는 이유다. 아마도 눈이 수백 개인 이유는 더 많은 예비 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렇게 많은 눈은 딱지조개가 여러 방향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눈이 움직일 수 없는 데다가 딱지조개가 몸을 돌리는 데는 수 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하지만 스파이저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듀크 대학의 손케 존슨은 여전히 딱지조개의 눈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어리둥절해 한다. “솔직히 말해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 동물 치고는 꽤나 훌륭한 영상을 만들어 냅니다.” 존슨의 말이다. “딱지조개는 그렇게 많은… 행동능력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주위를 떠돌고, 바닥에 붙은 먹이를 먹고 바위에 딱 달라붙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저 포식자가 주위에 있는지만 알면 되는 동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결정으로 만들어진 렌즈를 가지고 갑옷을 약하게 만드는 대가를 치르는가 하는 것은 큰 수수께끼입니다.”
“머리가 없고 감각능력도 얼마 안 되는 멍청한 동물과, 머리가 있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는 똑똑한 동물로 세계가 이루어져있다는 일반적인 패러다임에 반하는 것이지요.” 존슨이 덧붙였다. “그 두 개의 범주 안에 들어맞지 않는 많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은 똑같은 문제를 푸는 새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참고문헌
Li, L., Connors, M. J., Kolle, M., England, G. T., Speiser, D. I., Xiao, X., … Ortiz, C. (2015). Multifunctionality of chiton biomineralized armor with an integrated visual system. Science, 350(6263), 952–956. http://doi.org/10.1126/science.aad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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