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샐러드바에서 보낸 4백만년

[사이언스 데일리]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아프리카에 풀이 점점 흔해지면서 지난 400만년 간 대부분의 주요 포유류 그룹들이 때로 풀을 뜯는 시도를 했으나 그 중 일부는 멸종했고 다른 일부는 나무와 관목의 잎을 뜯어먹는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2015년 8월 3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대부분의 대형 포유류는 풀을 먹이로 삼으려는 시도를 했지만 그 중 많은 수가 먹이를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멸종했다.

정보출처: 유타 대학

 케냐의 나쿠루 국립공원에서 아프리카물소가 풀로 식사를 하던 중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Credit: Mahala Kephart

케냐의 나쿠루 국립공원에서 아프리카물소가 풀로 식사를 하던 중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Credit: Mahala Kephart

유타 대학이 주도한 연구에 의하면, 아프리카에 풀이 점점 흔해지면서 지난 400만년 간 대부분의 주요 포유류 그룹들이 때로 풀을 뜯는 시도를 했으나 그 중 일부는 멸종했고 다른 일부는 나무와 관목의 잎을 뜯어먹는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말하자면, 도시에 전혀 새로운 종류의 레스토랑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린 논문의 제1저자이자 선임저자인 지화학자 투레 설링의 말이다. “서로 다른 포유류들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포유류들이 새로운 식물자원, 그러니까 풀을 먹는 실험을 해본 것이지요.”

이 실험은 200만년 전에 절정에 달했다고 지질학 및 지구물리 석학교수인 설링은 말한다. 지금까지도 주로 풀을 뜯어먹는 포유류의 주요 그룹으로는 소과(bovid)가 있으며 여기에는 소, 물소, 양, 윌드비스트, 하테비스트 그리고 오릭스와 워터벅 등이 포함된다.

이 연구는 또 동물들이 무엇을 먹는가에 대해서는 꼭 현재가 과거의 열쇠가 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도 밝혔다. 오늘날 코끼리와 나선형의 뿔을 가진 영양들 (일런드, 쿠두, 부시벅 등) 은 나무와 관목의 잎을 뜯어먹지만 연구에 따르면 200만년 전에는 아프리카 코끼리는 풀을 뜯어먹었고 영양들은 풀과 나뭇잎을 모두 섭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 코끼리는 풀을 뜯어 먹었으며 200만년 전에는 아프리카에서도 번성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멸종한 반면 아시아에서는 살아남았고, 풀은 물론이고 나무와 관목의 잎을 뜯어먹고 있다.

“이들 동물 중 일부의 식단이 현재와 다르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입니다. 또 과거의 생태를 재구성할 때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가정들을 재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연구의 공저자로 지질학자이며 유타 대학의 광산학 및 지구과학 대학 학장인 프랭크 브라운의 말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설링과 동료들은 지난 400만년 동안 존재했던 풀을 뜯거나, 잎을 먹거나, 그 둘을 모두 먹는 동물들의 군집은 “동아프리카나 중앙아프리카의 어떤 현생 생태계와도 다르다” 고 적고 있다.

이들은 410만년에서 235만년 전에는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투르카나 분지에서 풀과 잎을 모두 먹는 동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235만년에서 100만년전에는 오늘날보다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이 훨씬 많았다. 과거 100만년 동안에는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 중 많은 수가 나무와 관목의 잎을 뜯어먹는 방식으로 돌아가거나, 멸종해서 오늘날에는 소과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의 주류가 되었다.

이번 연구는 풀브라이트 재단, 유타 대학, 미국 지질학회, 미국 국립과학재단, 패커드 재단 및 미국 국립지리학회의 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400만년 간의 식성 진화를 30년에 걸쳐 연구하다

풀과 풀을 먹는 동물들이 어떻게 함께 진화했는지를 30년에 걸쳐 야외에서 조사한 설링의 연구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표본들을 분석했다.

– 동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현생 초식동물 50종 이상의 1800 개체에서 털로부터 얻은 케라틴, 이빨의 에나멜, 혹은 뼈의 콜라겐. 표본은 박물관의 컬렉션이나 30여개의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에서 이전에 죽은 동물로부터 얻었다.
– 410만년에서 100만년 전에 투르카나 분지에 살았던 900 개체의 초식동물 화석으로부터 얻은 이빨의 에나멜.

이들은 표본에서 드문 동위원소인 탄소-13 과 흔한 동위원소인 탄소-12 의 비율을 측정했다. 이 비율은 해당 동물이 주로 C3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 (나무, 관목, 광엽 초본 및 기타 초본) 의 잎을 뜯어먹었는지, 혹은 주로 C4 광합성을 하는 풀을 뜯어먹었는지 (건기, 혹은 열대지방의 풀과 사초 등), 아니면 그 둘을 섞어서 먹었는지를 알려준다.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던 1000만년에서 500만년 전 사이에 열대지방의 초원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넓어졌다. 열대지방의 풀들이 이용하는 C4 광합성은 더운 기후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나무나 관목에 비해 이점이 있었다.

“1000만년 전에는 풀이 열대 경관의 생산성에서 1 퍼센트 정도를 차지했는데, 오늘날에는 5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설링의 말이다.ㅏ “대형 포유류 그룹들은 모두 풀을 식단에 포함시키는 실험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실험은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멸종하거나 식단을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풀을 뜯어먹는 기린까지도 있었지만 멸종했죠. 돼지들 중에도 크게 세 그룹이 풀을 뜯어 먹었던 적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한 종류인 혹멧돼지만이 살아났았습니다.”

풀을 뜯어먹던 다른 포유류들 중 멸종한 것으로는 세발가락 말과 아시아 코끼리가 있는데 아시아 코끼리는 아프리카에서 100만년 전에 멸종하고 아시아에서만 살아남았다.

풀을 뜯던 동물들 중 나뭇잎을 뜯어먹는 쪽으로 바꾼 종류로는 숲돼지와 아프리카 코끼리가 있다.

과거에 잎을 뜯어먹던 동물들은 최소한 75퍼센트가 지금도 나무와 관목의 잎을 뜯어먹는데 여기에는 대부분의 기린, 검은코뿔소, 소형 영양들 및 숲영양들이 포함된다.

한발가락 말, 혹멧돼지, 얼룩말, 흰코뿔소, 그리고 소과 동물들 – 소, 물소, 염소, 윌드비스트, 하테비스트, 그리고 워터벅이나 오릭스 같은 영양들 – 은 여전히 풀을 뜯어먹고 있다.

“풀을 뜯는 동물들 중 성공적이었던 것은 소과 동물입니다.” 설링의 말이다. 어떤 소과 동물들 – 가젤과 일런드 영양 등 – 은 한때 풀과 잎을 모두 먹곤 했으나 오늘날에는 나무와 관목의 잎을 먹는 쪽으로 돌아갔다. 임팔라 역시 소과인데 과거에는 주로 풀을 뜯었으나 지금은 풀과 잎을 모두 먹는다.

현생 초식동물 중 풀과 잎을 모두 먹는 종류로는 하마와 임팔라가 있다.

풀을 먹는 열풍은 왜 사그러들었을까?

왜 어떤 동물들은 계속 풀을 먹고 다른 동물들은 풀 뜯기를 그만두거나 멸종했을까?

“아마도 이들이 풀을 먹는 데 훨씬 효과적이어서 다른 동물들 일부를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일 겁니다.” 설링의 말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코끼리의 경우 풀을 뜯는 다른 동물들이 풀들을 너무 짧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는 더 이상 풀을 잡아 뜯을 수 없어서 나뭇잎을 먹는 쪽으로 식성을 바꾸었을 것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과 비교해도 지금이 풀이 가장 많은 시점인 걸로 보입니다.” 설링의 말이다. “풀의 품질은 건기와 우기에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설링은 또 과거 100만년 동안에는 “빙하가 있던 시기와 없던 시기가 뚜렷하게 오가는 기간을 거쳐왔으며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는 훨씬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C4 광합성을 이용하는 풀은 따뜻한 날씨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은 빙하기 동안에도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1000만년 동안의 화석 기록에는 풀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때문에 풀의 진화를 알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며 풀이 소화용이성, 맛, 그리고 독소함유량 및 영양분 함량 등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알기 힘들다고 설링은 말하고 있다.

2013년 연구에서 설링은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 (Paranthropus boisei) 같이 풀을 뜯어먹었던 초기 인류의 친척이 멸종했다는 것을 밝혔다. 현생 인류는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도 풀을 더 많이 먹고 있으나 직접 풀을 뜯어먹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우리 인류는 풀과 C4 곡물, 그리고 옥수수나 수수처럼 경작된 C4 식물을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를 먹고 있다.

참고문헌

Thure E. Cerling, Samuel A. Andanje, Scott A. Blumenthal, Francis H. Brown, Kendra L. Chritz, John M. Harris, John A. Hart, Francis M. Kirera, Prince Kaleme, Louise N. Leakey, Meave G. Leakey, Naomi E. Levin, Fredrick Kyalo Manthi, Benjamin H. Passey, and Kevin T. Uno. Dietary changes of large herbivores in the Turkana Basin, Kenya from 4 to 1 Ma. PNAS, July 2015 DOI: 10.1073/pnas.1513075112



카테고리:번역, 고생물학, 사이언스 데일리, 포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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