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 새로운 모델이 초기 지구에서 자가복제가 발생한 것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이언스 데일리] 생명의 기원에 관한 질문 하나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개개의 단량체로 이루어진 원시 수프에서 자가복제를 하는 중합체 사슬로의 도약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새로운 모델에서는 자가복제가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작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템플릿의 도움을 받은(template-assisted) 결찰(ligation), 즉 두 개의 중합체가 결합하면서 세번째, 더 긴 중합체를 템플릿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자가복제를 하는 중합체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2015년 7월 28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미국 물리학협회 (American Institute of Physics)

 

자가촉매 시스템이 생겨난 것을 설명하는 이 모델에서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에 대한 도해. Credit: Maslov and Tkachenko

자가촉매 시스템이 생겨난 것을 설명하는 이 모델에서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에 대한 도해. Credit: Maslov and Tkachenko

인류, 공룡, 아니 최초의 단세포 생물이 생겨나기도 훨씬 전인 40억년 전 지구 상의 생명이 처음 생겨났을 때는 포효라기보다 딸꾹질 같은 것을 하면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작고 단순한 분자로 만들어진 재료인 ‘단량체(monomer)’ 여럿이 하나로 뭉쳐저 더 긴 ‘중합체(polymer)’ 사슬을 만들었다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원시 수프가 있는 따뜻한 웅덩이어세 반복해서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던 중에 자라나는 중합체 사슬이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들 분자 간의 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복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만들어내거나 아주 많이 만들어 내는 분자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 분자의 특성은 복제를 통해서 만들어진 분자들도 똑같이 지니고 있었다. 이들 빠른 복제자는 다른 중합체들보다 빠른 속도로 원시 수프를 채워 나갔고, 이들이 담고 있는 정보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그리고 결국 우리가 오늘날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초기에 있었던 일을 점검해 볼 수 있는 화석 증거가 없으므로 이 이야기는 여전히 빠진 장들이 많은 서사에 불과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질문 하나는 이것이다. 개개의 단량체로 이루어진 원시 수프에서 자가복제를 할 수 있는 중합체 사슬로의 도약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번 주 미국 물리학협회 (AIP) 가 발행하는 ‘저널 오브 케미컬 피직스 (The Journal of Chemical Physics)’ 에 출판된 새로운 모델에서는 자가복제가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작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템플릿의 도움을 받은 결찰, 즉 두 개의 중합체가 세번째, 더 긴 중합체를 템플릿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자가복제를 하는 중합체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물리계와 생명처럼 행동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그 무엇 사이의 간극을 채우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연구원인 알렉세이 트카첸코의 말이다. 트카첸코는 이 연구를 일리노이 대학 어바나 샴페인의 교수이자 브룩헤이븐에도 적을 두고 있는 세르게이 마슬로프와 함께 수행했다.

자가복제의 기원

자가복제는 복잡한 과정이다. 오늘날 지구 상의 생명의 기반이 되는 DNA 가 자기자신을 복제하기 위해서는 잘 조율된 한 무리의 효소들과 기타 분자들이 필요하다. 초기의 자가복제 시스템은 훨씬 원시적이었겠지만 애시당초 그런 자가복제 시스템이 존재했다는 것이 아직까지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당황스러운 사건이다.

트카첸코와 마슬로프는 최초의 자가복제 분자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들의 모델은 개개의 중합체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낮” 상태와 이들 중합체가 한데 모여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을 통해 더 긴 사슬을 만들어 내는 “밤” 상태를 왔다갔다 한다. 이 각각의 “상태”들은 순환하는 환경 조건, 즉 온도, pH, 혹은 염도 등의 변화에 의해 바뀌며 이런 조건들이 바뀌면서 계가 평형 상태에서 벗어나 중합체들이 한 곳에 모이게 하거나, 자유롭게 떠다니도록 만들어 준다.

이들의 모델에 따르면 밤 상태 동안에는 여러 개의 짧은 중합체들이 합쳐져 긴 중합체 가닥을 만드는데, 이것은 템플릿으로 작동한다. 이 긴 템플릿 가닥들은 짧은 중합체를 서로가 충분히 가까운 위치에 있게 만들어 결찰이 일어나 더 긴 가닥을 형성하도록 하는데, 이 긴 가닥은 최소한 일부분만이라도 템플릿의 상보적인 사본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 새로 합성된 중합체들이 계를 우점하여 자가촉매 반응을 일으키며 스스로 지속 가능한 계를 만들게 되며 이 계는 생명의 청사진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이들의 모델은 예측하고 있다.

중합체들은 템플릿의 도움 없이도 연결될 수 있지만 이 과정은 어느 정도 더 무작위적이다. 한 세대에서 형성된 사슬이 반드시 다음 세대로 넘어가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 반면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 과정은 한 세대의 중합체 사슬이 다음 세대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정보를 보존하는 더 믿음직한 방식이다. 따라서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에 기반한 모델은 중합체 사슬을 길게 만들면서 유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작을 제공해 주게 된다.

이전의 연구들 중 일부는 두 종류가 뒤섞여 있는 것이 단량체로 된 계에서 자가복제 하는 중합체로 옮겨가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마슬로프와 트카첸코의 모델은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만으로 자가복제가 출현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최초로 보인 것은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만 있더라도 여전히 원시 수프에서 벗어나도록 시스템을 부팅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마슬로프의 말이다.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이 자가복제를 주도했다는 아이디어는 원래 1980년대에 처음 제안되었지만 원리적으로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였다. “이제는 진짜 모델로 만들어져 컴퓨터에서 실행시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카첸코의 말이다. “과학적으로 탄탄한 모델이고, 다른 기능을 추가해서 메모리 효과라든가 유전 등을 연구해 볼 수 있습니다.”

트카첸코와 마슬로프의 모델에서 단량체로부터 중합체로의 이동은 매우 갑작스러운 것이다. 또 이력적 (hysteretic) 이기도 한데, 단량체에서 자가복제하는 중합체로의 최초 도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매우 특수한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하지만, 한 번 장벽을 넘어서면 자가복제하는 중합체의 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엄중한 요건들이 필요하지 않다.

연구자들이 향후 연구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 이 모델의 제약점 하나는 모든 중합체의 서열이 생겨날 가능성이 똑같다는 점이다. 정보의 전달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서열의 빈도에 유전 가능한 변이가 있어야 한다. 특정 염기 조합은 다른 기능을 가지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암호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 단계는 어떤 서열이 다른 서열들보다 더 흔해지는 것으로, 이렇게 해서 계가 의미 있는 정보를 전파하도록 해야 한다.

마슬로프와 트카첸코의 모델은 현재 사람들이 선호하는 RNA 세계 가설과 잘 맞아들어간다. RNA 세계 가설이란 지구 상의 생명이 자가촉매 반응을 하는 RNA 분자에서 시작하여 그 이후 더 안정적이지만 더 복잡한 DNA 를 유전물질로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모델은 매우 일반적이기 때문에 단순한 자가촉매 계의 창발에 기대는 어떤 생명 기원 가설이라도 검증하는 데 사용이 가능하다.

“이 모델은 아주 일반적인 것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마슬로프의 말이다. “우리가 다루려고 했던 질문은 단량체의 원시 수프가 무엇에서 왔는가, 혹은 특정 분자가 관련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은 아닙니다.” 그보다 이들의 모델은 단량체로부터 자가복제하는 중합체로 가는 물리적으로 그럴듯한 경로를 보여주어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것이었다.

배경설명: 웨이터, 내 원시 수프에 RNA 가 들어 있네 – 다윈에서 오늘날까지,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기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문화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 즉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인류는 우리가 어떻게 여기, 그러니까 광대한 우주 속에서 회전하는 작은 행성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마음 속 깊이서부터 갈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들 역시 오랫동안 분자 크기에서 볼 때 지구가 지구가 무기 분자 범벅에서부터 생명이라는 질서 있는 계로 옮겨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탐색해 왔다. 이 질문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화석 기록도 없고 지켜본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을 멈출 수는 없는 법이다.

지난 150여년 동안 생명의 기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유기화학과 분자생물학의 출현 및 발달을 그대로 반영해 왔다. 다시 말해, 핵산, 단백질, 그리고 유전자가 오늘날 우리 세계를 만드는 데 담당하는 역할을 점점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것들의 수수께끼같은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우리의 능력 역시 점점 향상된 것이다.

찰스 다윈이 1859년에 중대한 저작인 종의 기원을 출판했을 때 다윈은 생명 그 자체의 발생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런 아이디어들을 검증할 만한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다윈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후일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온이 풍부한 화학적 죽 같은 것으로 채워진 “따뜻한 작은 연못” 에서 생명이 출현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다윈의 영향력은 오래도록 남아서 무심코 한 그의 언급이 후일 많은 생명의 기원 시나리오의 기반이 되었다.

20세기 초반, 이 아이디어는 러시아 생화학자 알렉산더 오파린에 의해 널리 알려지고 확장되었다. 오파린은 초기 지구의 대기가 환원성이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즉, 음전하를 과도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전하 불균형이 기존에 존재하는 전생명체 유기 분자 수프를 최초의 생명 형태로 바꾸는 데 촉매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오파린의 글은 결국 해롤드 유리에게 영감을 주었고 유리는 오파린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유리의 주장은 스탠리 밀러의 주의를 끌었고, 밀러는 공식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로 했다. 밀러는 그가 초기 지구 바다에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 환원성 메탄, 암모니아, 수소, 그리구 물 – 을 뒤섞은 것에 전기 스파크 자극을 주어 활성화시켰다. 전기 자극은 번개가 내리치는 것처럼 작용하여 메탄 안에 있던 탄소의 절반 정도를 유기물로 만들었다. 밀러가 만들어낸 물질 중 하나는 글리신으로 가장 단순한 아미노산이다.

신기원을 이룬 밀러-유리 실험은 무기물에서 유기구조가 기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환원성 대기라는 아이디어는 점차 인기를 잃어갔지만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환경으로 대체되어 오파린의 유기 분자들로 만들어진 원시 수프라는 기본적인 얼개는 살아남았다.

DNA 가 모든 생명체에 공통되는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DNA 가 RNA 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RNA 는 다시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생명의 분자적 기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생겼다. 하지만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여전히 풀기 힘든 질문이 던져졌다. 이 복잡한 분자 조직이 어떻게 처음 시작될 수 있었는가? DNA 는 복잡한 분자이기 때문에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서는 잘 조율된 한 무리의 효소와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DNA 가 자발적으로 출현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였다.

1960년대에 세 명의 과학자들 – 레슬리 오르겔, 프랜시스 크릭, 그리고 칼 워스 – 가 각각 독립적으로 RNA 가 잃어버린 고리일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RNA 는 자가복제를 할 수 있으므로 지구 상 최초의 생명엣 유전물질이자 촉매로 동시에 기능했을 수 있다. 더 안정적이지만 더 복잡한 DNA 는 나중에 출현했을 수 있다.

오늘날에는 과거 어느 시점에서 RNA 기반 세계가 지구를 뒤덮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믿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RNA 세계 이전에 더 간단한 계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많은 사람들이 RNA 는 너무 복잡해서 지구 최초의 자가복제 계가 될 수 없으며 그보다 단순한 무언가가 먼저 존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그래함 케언스-스미스는 1960년대부터 최초의 유전자 비슷한 구조는 핵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진흙에서 출현한 결함을 가진 결정이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결정에 생긴 결함은 한 결정에서 다른 결정으로 복제되고 전달될 수 있는 정보를 저장했을 것이라고 케언스-스미스는 생각한다. 그의 아이디어는 흥미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다른 이론들은 RNA 가 펩타이드와 공조하며 출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RNA-펩타이드 세계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RNA 와 펩타이드가 함께 복잡성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생화학적 연구들 역시 오늘날의 RNA 를 구성하는 익숙한 염기들에 선행했을 수 있는 단순한 유사 핵산 (simpler nucleic acid analogs) 에 대한 통찰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지구 최초의 자가복제 계가 현재 생화학 계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끝까지 알아낼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점 또한 이러한 기원을 더욱 추구하고 싶게 만드는 점이기도 하다.

트카첸코와 마슬로프의 최신 연구는 2015년 7월 28일 ‘저널 오브 케미컬 피직스 (The Journal of Chemical Physics)’ 에 실린 것으로 RNA 와 같은 자가복제 분자는 템플릿의 도움을 받는 결찰이라고 불리는 프로세스에 의해 생겨났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환경 조건 하에서 작은 중합체들이 긴 상보적 중합체 템플릿 가달에 결합하여 짧은 가닥들이 서로에게 충분히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도록 잡아주어 긴 가닥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순환하는 환경 조건의 변화를 통해 상보적인 가닥들이 연결되었다가 이후 따로따로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유도되며, 그에 따라 생명의 청사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스스로 유지가능한 자가복제하는 여러 종류의 중합체의 모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역주: 화학은 어렵네요..

참고문헌

Alexei Tkachenko and Sergei Maslov. Spontaneous emergence of autocatalytic information-coding polymers. The Journal of Chemical Physics, 2015 DOI: 10.1063/1.4922545



카테고리:번역, 기타생물, 사이언스 데일리,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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