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벼룩에서 발견된 박테리아가 페스트균의 조상이었을 수도

[사이언스 데일리] 호박 속에서 2천만 년 전의 벼룩과 벼룩에 붙어 있는 작은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 박테리아가 페스트를 일으킨 박테리아의 아주 오래된 계통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무서운 전염병의 증거일 수 있다고 한다.

(2015년 9월 28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오레건주립대학

호박 속에 2000만 년 동안 보존되었던 벼룩에서 흑사병을 일으킨 아주 오래된 박테리아 계통의 증거가 발견된 것일 수도. Credit: Photo by George Poinar, Jr., courtesy of Oregon State University

호박 속에 2000만 년 동안 보존되었던 벼룩에서 흑사병을 일으킨 아주 오래된 박테리아 계통의 증거가 발견된 것일 수도. Credit: Photo by George Poinar, Jr., courtesy of Oregon State University

약 2천만 년 전, 호박 속에 갇힌 벼룩 한 마리에 아주 작은 박테리아가 붙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페스트를 일으킨 박테리아의 아주 오래된 계통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무서운 전염병의 증거일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이 화석 박테리아가 정말로 페스트 박테리아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Yersinia pestis) 와 연관된 종류라면 이번 발견은 14 세기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을 죽인 재앙을 가져온 박테리아가 그보다 수백만 년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인류보다 먼저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특별한 호박 화석에서 발견한 내용은 오레건주립대학의 곤충학 연구자이자 준보석 안에 보존된 식물 및 동물에 대해 세계적 전문가인 조지 포이나르 2 세에 의해 ‘저널 오브 메디칼 엔토몰로지 (Journal of Medical Entomology)’ 에 출판되었다.

벼룩의 주둥이에 붙어 있는 마른 물방울 안과 벼룩의 직장에서 눌린 채로 발견된 이 박테리아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와 가까운 관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박테리아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여러 특징들이 현생 예르시니아 박테리아의 모양과 일치하고 있다. 호박 안에서 발견된 것은 코코바실루스 박테리아로 형태가 막대 모양이나 공 모양이라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와 유사하다. 오늘날 벼룩에 의해 전파되는 병원성 박테리아 중에 이런 형태를 지닌 것은 예르시니아 뿐이다.

“화석 박테리아의 물리적인 특징이 페스트 박테리아와 비슷하다는 것 외에도 벼룩의 직장 부근에서 발견되었다는 것 역시 현재의 페스트 박테리아와 유사한 점입니다.” 포이나르의 말이다. “그리고 화석 벼룩의 주둥이에 붙은 마른 물방울에서 유사한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는 것 역시 현생 벼룩에 의해 전파되는 흑사병 박테리아의 전파 방식과 잘 맞아들어갑니다.”

이 발견은 현재의 유전체학 연구에서 벼룩-페스트-척추동물의 생활주기가 2천만 년 전이 아닌, 최근 2만 년 사이에 진화했다고 보는 것과는 상충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여러 계통의 예르시니아 페스티스가 있고, 이 질병의 과거 발병 사례가 다른 계통의 박테리아에 의해 일어났으며 해당 박테리아 계통은 현재 멸종했다는 증거도 존재한다.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예르시니아 계통은 지난 1~2만 년 사이에 진화했을 수 있지만 설치류에 기생해 진화한 고대의 예르시니아 계통은 사람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수 있다고 포이나르는 말한다. 고대의 예르시니아 계통은 현재 멸종한 것이 분명하다고 한다.

페스트의 전파 방식이 복잡했다는 증거는 화석 벼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벼룩이 페스트에 걸린 동물에게서 피를 빨 때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박테리아는 피와 함께 벼룩 몸 속으로 들어가면서 벼룩의 위장과 식도 사이에 위치한 전위(proventriculus) 에 끈적거리는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벼룩은 피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게 되고, 다음번에 피를 빨 때 박테리아는 주둥이를 통해 강제로 토해져 동물의 상처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소화관을 가로막는 특성이 벼룩을 효과적으로 페스트를 전파하는 매개체로 만들어주며 벼룩 화석의 주둥이에 붙어 있는 마른 물방울이 바로 이 되뱉어낸 끈적거리는 박테리아 덩어리일 수 있다.

“이것이 고대의 예르시니아 계통이라면 정말 특별한 발견입니다.” 포이나르의 말이다. “페스트가 실제로는 매우 오래된 질병으로 사람이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동물들을 멸종시켜왔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페스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역할을 과거에 수행했을 수도 있습니다.”

벼룩 화석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푸에르토 플라타와 산티아고 사이에 있는 호박 광산에서 발견되었다. 수백만 년 전에 이 지역은 습도가 높은 열대림 지대였다.

포이나르에 따르면 벼룩이 호박 안에 보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이번처럼 벼룩과 미생물이 같이 발견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 표본의 다른 형태학적 특징들을 보면 해당 벼룩 종은 오래 전에 멸종한 종류이다.

연구자들을 매혹시킨 것은 같이 발견된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가 있는 재로 마른 물방울이 주둥이 끝부분에 여전히 붙어있었던 걸 보면 벼룩은 감염된 동물에서 피를 빨고 얼마 되지 않아 송진에 갇혔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포이나르의 말이다. “그 동물은 어쩌면 도미니카공화국의 호박 숲에 살았던 설치류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설치류의 털이 이곳의 호박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보통의 암석에서 벼룩과 비슷한 생물이 발견된 것은 공룡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일반적으로 곤충이 질병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고대의 파충류인 공룡의 쇠퇴에 곤충이 한 몫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포이나르는 말한다.

2008 년에 포이나르와 그의 부인인 로베르타 포이나르는 “공룡을 괴롭힌 것은? 백악기의 곤충, 질병과 죽음” 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공룡이 멸종하던 것과 같은 시기에 있었던 곤충의 번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기후변화, 소행성 충돌 및 화산 분출 등의 비생물학적 요인, 그리고 기타 생물학적 요인들과 더불어 곤충이 옮기는 질병이 공룡의 멸종을 초래한 요인이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슈만편모충증과 말라리아 같은 오늘날의 질병들은 분명히 그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에 와서 페스트는 인간 외에도 넓은 범위의 동물을 감염시키고 죽일 수 있다. 페스트는 프레이리독 및 다른 동물들에서 이 병을 볼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하여 여전히 여러 나라에서 발병하고 있다. 지금은 항생제로 페스트를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올해도 지금까지 미국에서 네 명이 페스트로 사망했다.

페스트는 세 가지 형태, 즉 선페스트, 패혈성 페스트, 그리고 폐페스트가 있어서 중세에는 악명이 높았다. 페스트는 주기적으로 유행하면서 끔찍한 모습의 희생자를 남겨 흑사병이라고 불렸다. 유럽과 아시아 전체를 휩쓸며 7500만에서 2억 명의 사람을 죽인 것으로 추정된다.

학자들은 흑사병에 의해 일어난 종교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변화가 세계 역사의 경로를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참고문헌

George Poinar. A New Genus of Fleas with Associated Microorganisms in Dominican Amber. Journal of Medical Entomology, 2015; tjv134 DOI: 10.1093/jme/tjv134
http://dx.doi.org/10.1093/jme/tjv134



카테고리:번역, 고생물학, 사이언스 데일리, 신생대, 절지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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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대의 DNA 를 조사하여 페스트가 (이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두 배나 오래된’ 것이지만 처음에는 벼룩을 통해 옮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밝히다 |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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