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데일리] 10세기에 노르드인들이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 덕분에 그린랜드를 정복할 수 있었다는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에 의문이 던져졌다. 연구자들은 노르드인들이 도착했을 때 기후가 이미 추워진 후였으며 4백 년 후 노르드인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쇠퇴한 것에 기후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으리라고 보고 있다. 더 큰 규모에서 보면 이번 연구는 유럽이 온화한 날씨를 즐기던 시기인 이른바 중세온난기 동안 세계 다른 지역들의 기후가 꼭 따뜻했다고 볼 수 없다는 증거 하나를 추가한 것이다.
바이킹은 날씨가 좋을 때 그린랜드를 정복한 것이 아닐 수도
(2015년 12월 4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콜럼비아 대학 지구연구소

빙하는 추운 시기에 전진하고 따뜻한 시기에 후툏나다. 위에 보이는 그린랜드의 빙하 두 개는 현재 바이킹이 도착했던 시기에 있었을 위치보다 뒤로 후퇴하고 있다. Credit: Jason Briner
10세기에 노르드인들이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 덕분에 그린랜드를 정복할 수 있었다는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에 의문을 던져졌다. 연구자들은 노르드인들이 도착했을 때 기후가 이미 추워진 후였으며 4백 년 후 노르드인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쇠퇴한 것에 기후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으리라고 보고 있다. 더 큰 규모에서 보면 이번 연구는 유럽이 온화한 날씨를 즐기던 시기인 이른바 중세온난기 동안 세계 다른 지역들의 기후가 꼭 따뜻했다고 볼 수 없다는 증거 하나를 추가한 것이다.
“중세온난기가 전지구적인 현상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있었던 현상이라는 것이 갈 수록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콜럼비아 대학의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에 근무하는 빙하지질학자인 주저자 니콜라스 영의 말이다. “이 개념은 유럽중심적인 것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관측결과가 유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다른 곳에서는 기후가 달랐을 수 있습니다.” 기후과학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인 미국 남서부와 중국 등에서 강수량과 기온에 이상이 있을 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세온난기를 이유로 들곤 해왔다. 이번 연구는 오늘 (2015년 12월 4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Science Advances)’ 에 발표되었다.
아이슬랜드의 기록에 따르면 바이킹이라고도 불리는 노르드인들은 붉은 에이리크 (Erik the Red)의 지도 하에 정착한지 얼마 안 되는 아이슬랜드를 떠나 985년에 그린랜드 남서부로 이주했다. 결국 3천 명에서 5천 명의 정착자들이 바다코끼리 상아를 수확하고 짐승들을 키우며 그린랜드에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정착지들은 1360년에거 1460년 사이에 사라지면서 폐허만을 남겼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오래된 수수께끼가 되었다. 원주민인 이누이트들은 그대로 남았지만 유럽인들은 1700년대가 될 때까지는 그린랜드에 다시 정착하지 않았다.
그린랜드 바이킹들이 정점을 이루었던 시기는 대략 950년에서 1250년 까지의 시기인 중세온난기 (중세기후이상기 라고도 알려져있다) 와 일치한다. 이들이 사라진 것은 1300년에서 1850년까지 계속된 소빙기 (Little Ice Age) 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두 시기 모두 유럽과 아이슬랜드의 역사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대중작가들 및 일부 과학자들은 좋은 날씨가 그린랜드로 정착자들을 이끌었고 나쁜 날씨 때문에 이들이 얼어죽고 굶어죽었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그린랜드의 기후에 대한 초기 역사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역사학자들은 기후 외에, 혹은 기후 대신에 이누이트들과의 적대감, 상아 무역의 쇠퇴, 바이킹이 수입해온 가축들 때문에 일어난 토양 침식, 혹은 흑사병 때문에 인구가 줄어든 유럽 지역의 농장으로의 역이주 등 더 복잡한 요인들을 제안해 왔다.
새로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그린랜드 남서부와 새로 발견된 증거들에 의하면 노르드인들이 점령했었던 것으로 보이는 그린랜드와 인접한 배핀 섬에서 지난 1천여년 간 전진하는 빙하들에 의해 남겨진 자갈 표본들을 수집했다. 소빙기 동안 빙하가 전진하면서 노르드인들이 정착했던 시기에 빙하가 어디에 위치했었는지에 대한 증거를 대부분 지워버렸다. 하지만 영과 동료들은 몇몇 빙퇴석 — 빙하의 끝부분에 남겨진 잔류물 더미 — 의 흔적을 찾아냈으며 이 빙퇴석의 배치를 볼 때 소빙기 이전의 것이라는 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암석의 화학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새롭고 정확한 방법을 이용하여 이들은 이 빙퇴석들이 바이킹 정착기 동안에 쌓인 것이라는 것을 보였고 빙하가 975년에서 1275년 사이에 후일 소빙기 동안 최대로 전진했던 위치에 가까이 왔거나 도달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이 강력하게 시사하는 바는 바이킹들이 도착했을 때의 날씨가 최소한 이들이 떠났을 때만큼이나 추웠다는 것이다. “만일 바이킹들이 추운 시기에 그린랜드로 이주했다면 나중에 날씨가 추워져서 그린랜드를 떠났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영의 말이다.
중세온난기의 효과가 고르지 않았다는 증거는 최근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번 발견은 이러한 경향과 잘 맞아들어간다. 유라시아 중앙부와 북아메리카 북서부를 포함하여 어떤 지역들에서는 중세온난기 동안 실제로 날씨가 추워졌을 수도 있다.
대서양 지역에서는 2013년 해저 퇴적물 연구를 통해 북대서양 동부가 따뜻해지면서 북대서양 서부의 온도가 내려갔으리라는 주장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지역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사정이 더 복잡했으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2011년 있었던 그린랜드 빙상 시추 코어에 대한 연구에서는 노르드인들의 정착 초기와 중기에 강력한 냉각현상이 있었으며 따뜻한 시기가 중간중간에 끼어 있었다는 것을 보였다. 그 반면 라몬트-도허티 고기후학자인 윌리엄 단드레아의 그린랜드 남서부 호수 바닥의 퇴적물에 대한 2011년 연구에서는 노르드인들이 도착했을 때는 정말로 따뜻했을 수 있지만 기후가 냉각되기 시작한 것은 소빙기보다 훨씬 이전인 1160년 경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다른 연구자들이 주장한, 중세온난기가 부분적으로는 북대서양 진동 (North Atlantic Oscillation) 이 길게 연장된 것일 뿐이라는 의견을 지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대적인 관측에 따르면 북대서양 진동은 일반적으로 십 년 정도의 주기를 가지는 기후 순환으로 서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강해져서 유럽과 아이슬랜드의 기온을 높이지만 동시에 북극의 공기를 빨아들여 그린랜드 남서부와 배핀 섬은 차갑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 결과 두 지역의 기후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시소를 타듯이 움직이게 된다.
콜로라도 대학의 고기후학자 기포드 밀러는 이 논문이 “중세온난기에 대한 최후의 일격” 이라고 했다. 밀러는 이 논문이 “대단히 명료한 증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따뜻한 중세기라는 것이 지나친 단순화이며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였다고 말한다.
현재 아이슬랜드의 아쿠레이리 대학에 근무하는 기후사학자인 스트리드 오길비는 이 연구가 “이전에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기후는 확실히 더 복잡하고 변이가 많은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 말한다. 바이킹에 대해서는 기후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미 상당 기간 동안 중요성이 약해져왔다고 오길비는 말한다. “저는 기후가 따뜻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린랜드로 갔고 나중에 ‘기후가 추워져서 죽어버렸다’ 는 식의 단순한 주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길비의 말이다. “중세온난기를 뒷받침하는 근거들 중 많은 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중세온난기라는 개념은 대중들의 상상 속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버팔로 대학의 라몬트-도허티 지화학연구실과 공저자인 조그 셰퍼가 암석을 분석했다. 라몬트 연구실은 이 정도로 최근에 만들어진 암석 퇴적물의 연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구실 중 하나이다. 이 분석은 얼음이 녹으면서 새롭게 노출된 암석의 표면을 우주선이 때릴 때 생기는 소량의 동위원소 베릴륨 10 을 측정하여 수행되었다.
영과 셰퍼 외에 이번 논문에 참여한 사람들로는 그린랜드 지역에서 야외조사를 수행한 버팔로 대학의 아브릴 슈와인스버그와 제이슨 브라이너가 있다.
참고문헌
Nicolás E. Young, Avriel D. Schweinsberg, Jason P. Briner, Joerg M. Schaefer. Glacier maxima in Baffin Bay during the Medieval Warm Period coeval with Norse settlement. Science Advances, 2015: e1500806 DOI: 10.1126/sciadv.15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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