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데일리] 새로운 연구를 통해 페스트의 최초 발생 시기가 청동기 시대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페스트는 최초의 전세계적 발병 기록보다 수천 년 이전부터 유라시아의 인류와 함께해 왔으며 고대의 페스트로부터 벼룩이 옮기는 선페스트로 변이가 일어난 것은 기원전 1천년 전후라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2015년 10월 22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캠브리지 대학

얌나야인은 청동기시대 초기 (약 5천 년 전) 에 현재의 코카서스 지방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해 와서 아파나시에보 문화를 발달시켰다. 아파나시에보는 Y. 페스티스를 보유하고 있던 청동기시대 인구집단들 중 하나였다. Credit: Natalia Shishlina
고대 DNA 를 이용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페스트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두 배나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왔으며 고대의 페스트는 병원균인 박테리아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Yersinia pestis) 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벼룩의 뱃속에서 살아남게 되기 전까지는 주로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통해 전염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기원전 10세기 경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이 돌연변이 이후 벼룩을 통해 — 그리고 후에는 쥐를 통해 — 선페스트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선페스트는 14세기 유럽 인구의 절반을 절멸시켰던 흑사병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인구 감소를 일으켜온 대역병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벼룩을 매개로 이용하는 진화가 일어나기 이전에 페스트는 역사에 남아있는 최초의 대역병 기록 — 기원후 541년의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 — 이전 최소한 3천 년 동안 인류의 고질적인 질병이었다고 한다.
청동기 시대 초기에 인간에게 Y. 페스티스 박테리아 감염이 있었다는 새로운 증거를 보면 페스트가 기원전 4천년대 후반에서 기원전 3천년대 초반에 있었던 큰 인구 감소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덴마크의 코펜하겐 대학,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 등에 소속된 국제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결과는 오늘 (2015년 10월 23일) 학술지 ‘셀 (Cell)’ 에 출판되었다.
“Y. 페스티스 계통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기원하고 널리 퍼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되는 기간을 좁혔습니다.” 최근 코펜하겐 대학에서 캠브리지 대학 동물학과로 소속을 옮긴 선임저자 에스케 빌레르슬레브의 말이다.
“Y. 페스티스의 진화를 촉발시킨 기작은 오늘날에도 존재합니다. 과거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이 미래의 병원균이 어떻게 생겨나고 진화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빌레르슬레브의 말이다.
연구자들은 시베리아에서 폴란드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가로리즈는 청동기 시대 인골 101 구의 치아에서 고대의 유전체를 추출해 분석했다.
이들은 성인 중 7 명의 DNA 에서 Y. 페스티스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가장 오래된 사체는 5,783 년 전에 죽은 것으로 최초의 페스트 환자 증거이다. 이전에는 1,500 년 이상 된 인골 표본에서는 Y. 페스티스의 직접적인 분자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곱 구의 페스트 환자 표본 중 여섯 구에서는 현대적인 페스트 계통에서 발견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발견되지 않았다. ymt 라고 불리는 “맹독성 유전자” 와 pla 라고 불리는 “활성화 유전자” 의 돌연변이였다.
ymt 유전자는 벼룩 뱃속의 독소로부터 박테리아가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해주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번식하여 벼룩의 소화관을 막는다. 이때문에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벼룩은 아무거나 물어뜯는 과정에서 페스트를 퍼뜨리게 된다.
pla 유전자의 변이는 Y. 페스티스 박테리아가 서로 다른 조직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폐에 국한되어 감염을 일으키는 폐페스트를 피와 림프절로 퍼질 수 있게 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초기 페스트의 계통들이 ymt 없이는 벼룩을 통해 전파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또 pla 변이 없이는 림프 면역계에 영향을 끼쳐 가래톳이 부어오르는 악명 높은 흑사병을 일으키는 선폐스트 역시 일으킬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동기 시대 대부분 동안 사람들을 감염시켜왔던 페스트는 호흡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죽기 직전에 격렬하게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게 만드는 폐페스트였을 것이다. 감염된 사람 주위의 공기를 들이마시면 박테리아도 함께 흡입하게 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전파가 일어난다.
공저자인 캠브리지 리버흄 인류진화연구센터의 마르타 미라존-라르 박사는 올해 빌레르슬레브의 코펜하겐 그룹이 청동기 시대가 매우 활동적으로 이주가 일어났던 시기라는 것을 보였다고 지적하며 그로 인해 폐페스트가 널리 퍼졌을 수 있다고 한다.
“청동기 시대는 금속으로 만든 무기가 주로 사용되던 시기였으며 그로 인해 전쟁이 증가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시 인구집단의 대량 이주가 있었다는 증거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과 잘 맞아들어가지요. 만일 폐페스트가 이러한 이주와 함께 이동했다면 이주하는 인구들과 맞닥뜨리는 작은 인구집단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겁니다.” 미라존-라르 박사의 말이다.
“폐페스트의 연쇄감염은 사냥꾼이나 목동 한 명으로 시작해 2-3일 만에 공동체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조사한 Y. 페스티스가 발견된 일곱 명의 고대 유전체 중 가장 최근의 것에서는 중요한 유전적 변이 두 가지가 모두 발견되어 벼룩을 통해 전파되는 선페스트가 언제 진화했는지 대략적인 시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표본 중에서 변이가 일어난 페스트 계통은 기원전 951년 아르메니아의 것입니다. 그와 가장 가까운 시기인 기원전 1686년의 표본에서는 발견되지 않지요. 따라서 폐페스트 계통은 그 두 시기의 사이에 진화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라존-라르의 말이다.
“기원전 1686년의 표본은 몽골 가까이에 있는 알타이산맥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아르메니아와 알타이 사이의 거리를 감안한다면 아르메니아의 폐페스트 계통이 중동에서는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기원전 1000 년 이후의 역사적 이주를 통해 다른 곳으로 퍼졌을 수 있습니다.”
성경의 사무엘서에는 기원전 1320년 경 필리스티아인 (블레셋 사람) 들 사이에 페스트가 발병했다는 서술이 있다. 사타구니가 부어올랐다는 설명이 있어서 세계보건기구는 이것이 선페스트의 증상과 잘 맞아들어간다고 주장한다. 미라존-라르는 이것이 페스트의 아주 치명적인 유전적 진화가 중동에서 일어났다는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역시 캠브리지 리버흄 인류진화연구센터에 속한 공저자 로버트 폴리 교수는 선페스트가 번성하여 치명적인 병이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도의 인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한다.
“어떤 병원균이든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병이 퍼지기도 전에 병원균이 숙주를 죽여버린다면 병원균 역시 ‘막다른 골목’ 에 다다르는 것이지요. 아주 치명적인 질병들은 질병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당한 인구밀도를 필요로 합니다.”
“폐페스트가 고질적인 병이 된 것은 아마도 폐페스트가 청동기 시대 초기의 인구집단에 잘 적응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 후에 유라시아 사회들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무역로가 열리면서 더 치명적인 종류의 페스트가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폴리의 말이다.
“청동기 시대는 역사시대의 끄트머리라고 할 수 있으며, 고대의 DNA 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폴리의 말이다.
빌레르슬레브가 덧붙였다. “이 결과들을 보면 고대의 DNA 가 우리의 역사 및 선사시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질병이 어떻게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왔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주: 흥미로운 연구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페스트 관련 기사와는 상충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어느 쪽이 맞는 이야기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저는 정황증거에 가까운 지난번 기사보다는 좀 더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이번 연구 결과에 20 원쯤 걸고 싶네요. ^^)
참고문헌
Rasmussen and Allentoft et al. Early Divergent Strains of Yersinia pestis in Eurasia 5,000 Years Ago. Cell, 2015 DOI: 10.1016/j.cell.2015.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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